4시간 용접 10분으로 줄인 '생각하는 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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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캐나다 퀘벡주 브로몬트에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항공 공장에서 한 엔지니어가 첨단 제조 기술을 활용해 제트엔진 부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GE]

경제 성장과 친환경, 사회적 책임을 모두 만족하는 기술 개발이 화두다. 세계 산업 트렌드를 주도해온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공동으로 첨단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보는 시리즈의 두번째 편을 싣는다.

“첫 번째 산업혁명은 생산기계의 발명에서 비롯됐고, 두 번째는 정보기술(IT)이 밑바탕이 됐다. 그리고 제3의 산업혁명은 바로 ‘브릴리언트 팩토리(Brilliant Factory·생각하는 공장)’에서 시작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두뇌 격인 글로벌리서치센터에서 제조·소재기술담당 중역을 맡고 있는 크리스틴 퍼스토스의 진단이다. 최근 산업 발전의 주요한 흐름은 기계와 제품뿐 아니라 공장의 모습 자체를 새롭게 바꾸는 것이다. 차세대 공장으로 불리는 ‘브릴리언트 팩토리’는 제품의 설계부터 제조에 이르는 모든 과정과 운영에 새로운 방식을 적용한다. 산업 인터넷을 통해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되고, 엔지니어링·제조·공급망·서비스 등을 통합 관리하는 지능 시스템을 구축한 게 핵심이다.

 브릴리언트 팩토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제품 설계자와 공급업체, 엔지니어, 고객이 공간의 제약없이 피드백을 주고받고 협업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운영방식이다. 지능형 정보기기를 통해 어디서나 공장과 연결할 수 있어 공장의 재료나 기기를 직접 만지지 않고도 정보를 다운받아 제품을 설계하고, 가상 테스트를 할 수 있다. 또 생산이 진행되는 중간에도 업데이트된 정보를 곧바로 적용해 시장의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다.

 클라우드 협업의 가장 중요한 참여 주체는 고객이다. 고객의 관점에서 실시간으로 제품 성능을 점검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엔지니어링에 적용한다. 지금까지는 사전에 진행된 자료 수집·연구를 기반으로 제품을 제조했다면, 브릴리언트 팩트리에서는 고객의 요구를 실시간 반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브릴리언트 팩토리의 또 다른 특징은 첨단 제조 기법의 적용이다. 3차원(3D) 프린팅과 레이저 같은 첨단 기법에서부터 신소재 활용 등이 포함된다. 3D 프린터의 경우 항공기 엔진·부품 등을 실제 제작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3D 프린팅은 재료를 아주 얇게 쌓아가면서 물건의 형상을 만드는 적층형 제조 방식이다. 레이저 빔으로 미세한 금속 분말로부터 고형의 물체를 만들어 정확도가 상당히 높다.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별도의 대규모 생산 장비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개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실제 GE항공은 차세대 단거리 항공기 에어버스 A320 네오와 보잉 B737맥스에 탑재될 LEAP 엔진의 연료 분출구(노즐)를 3D 프린터로 만들었다. LEAP 엔진의 연료 노즐은 기존 제품보다 5배 오래가는 내구성을 자랑한다. 디자인이 한결 단순해졌고, 이 덕분에 용접 횟수가 25회에서 5회로 줄었다. GE는 3D 프린팅을 통한 항공기 엔진 노즐 생산량을 2020년까지 10만 개로 늘릴 방침이다.

 GE는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 첨단 제조센터도 조성 중이다. 그린빌센터는 7000만 달러(약 720억원)가 투입된 GE 최초의 브릴리언트 팩토리가 된다. 이곳에선 적층식 제조·용접·고온세라믹 같은 신기술과 신소재가 두루 적용된다. 산업 인터넷을 통한 클라우드 기반의 생산·운영 방식도 도입한다. GE는 향후 10년 간 그린빌센터에 4억 달러(413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린빌센터는 전력·수(水)처리 사업에 필요한 첨단 기술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목표는 쾌속 조형(Rapid Prototyping·RP)을 손쉽게 해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 쾌속 조형은 ‘신속하게 시제품(프로토타입)을 만든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의미 있는 성과도 만들었다. 3~4시간 걸리던 복잡한 용접 작업을 10분 이내로 줄인 게 대표적이다. GE는 이 같은 기술 혁신을 통해 향후 주요 신제품 개발 주기를 기존보다 30% 이상 단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리=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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