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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예금증서 절취|TV조사극에 나오는 경찰상은 어디로 갔단 말이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세칭 윤보살 살해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이 피해자의 유품인 예금증서를 절취했다는 보도는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도둑을 잡아야할 사람이 도둑질을 했다니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윤보살 살해사건의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어인이 공판정에서 『사건 발생후 경찰관들이 현장수사를 할때 윤보살 소유인 우황청심환을 나누어 가졌다』는 진술의 보도를 보고 우리는 우선 그것을 믿지 않으려 했다고 그러면서도 만약에 그것이 사실일지도 모르니까 그점에 대한 수사를 따로 하지 않는 점에 대해 불만스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아무리 형사사건의 피고인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진술을 반드시 가볍게 넘겨 버릴 수만은 없는 것이다.
얼마 전에 여대생 살해사건의 혐의를 받고 조사를 당하던 J모군이 법관의 구속영장도 없이 10여일 간이나 조사를 받던 끝에 풀려났다는 보도에 접한 일이 있다.
그 보도를 보고 우리는 경찰이 법관의 구속영장도 없이 피의자를 10여일 간이나 연금상태로 조사한 것이 인권 침해라고 분개했었다.
한편 대법원에서는 검사가 각성한 피의자 심문조서라 할지라도 그것이 공포분위기의 연장 상태 하에서 작성된 것이라면 역시 임의성이 없다하여 『증거가치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범죄를 수사하는 수사관의 기본자세는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받는 것을 제일의 목적으로 해서는 안된다. 피의자란 오래 범죄를 부인하게 마련이다. 피의자가 범죄를 부인하더라도 자백 아닌 다른 증거방법 축 물적 증거나 증인 등으로 범죄사실을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는 컷은 범죄수사의 기본이다.
모든 피의자나 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의 추정을 받는다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이 있다. 이러한 원칙 하에서 범죄수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범인은 범인대로 범죄수법이 지능화되고 발전(?) 되어간다. 수사기관은 여기에 대처하여 한층 더 발달된 과학적 수사를 펼쳐야 한다. 범인과 수사관은 기술과 지능의 대결을 하는 것이다.
윤보살 살해사건 얘기를 하다가 얘기가 빗나가고 말았다.
윤보살의 예금증서를 훔친 경찰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얘기가 많다.
월급이 얼마 안되어 생활이 어렵다, 방 두간 짜리 셋방에 살고있다, 예금증서를 보자 순간적인 견물생심으로 했다, 여러가지 표창을 받은 모범경찰관이다 등등 동정어린 얘기도 나돌고있다.
그러나 이러한 얘기들은 모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본다. 아무리 생활이 어렵다고 해도 살인사건의 연장에서 피해자의 유품을 도둑질 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다. 이것은 생활고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관의 자질의 문제다. 이 정도의 자질을 가진 경찰관이 무슨 표창을 여러 번 받았다니 이는 더욱 한심스런 얘기다.
윤보살 살해사건의 혐의를 받고 재판 중에 있는 고여인이 법정에서 진술하기를 현장 검증 당시 바로 문제의 형사가 자기를 고문해서 허위자백을 하였고 바로 문제의 형사가 우황청심환을 나누어 가졌다고 진술하였다는 것이다. 범죄수사의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피해자의 유품을 즉석에서 나누어 갖는다는 것도 문제일 뿐 아니라 바로 그것이 하나의 범죄행위인데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이 허위자백을 받기 위해 고문을 안 했으리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여대생 살해사건의 피의자를 영장 없이 10여일 간이나 구금상태에 둔 것은 경찰관의 직권남용죄이고, 우황청심환이나 예금증서를 훔친 것은 절도죄이고, 모두가 범죄행위다. 범죄를 수사하는 사람이 범죄를 한다면 이는 수사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TV에서 방영되는 수사국을 본다. 거기에 나오는 수사관들은 간첩등 범인을 잡느라고 많은 고생들을 하는 것을 알수 있다.
따라서 이번 윤보살 사건 하나를 놓고 모든 형사들이 다같이 나쁘다고 도매금으로 넘기고싶지는 않다.
범죄 현장에서 절도라는 또 다른 범죄를 새로 추가시킬 정도로 생활이 어렵다면 그 직업을 진작 그만두었어야 옳다. 역시 생활고를 동정하기보다는 자질향상이 시급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앞에 말한 여대생 살해사건, 고여인의 고문주장, 대법원판결들과 관련해서 앞으로 수사기관이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생각나는게 있다.
첫 째로, 이런 사건들을 사회문제화 하는데 언론의 공이 컸다는 점이다. 최근에 있었던 이런 사건들을 언론이 크게 취급하고 파헤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싶다.
둘째로, 대법원을 비롯한 법원의 판결이 허위자백이라는 심층이 조금만이라도 있으면 이를 증거로 채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연히 수사기관의 고문을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세째로, 수사기관의 수사단계에 있어 변호사의 입회를 명문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법원의 판결로 고문을 막는 것이 간접적인 방법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고문을 방지하는 직접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안명기 ▲1960‥사법관식보 ▲1961‥사법관시보살무고시합격 ▲1961‥서울대 법대강사 ▲1961··변호사 개업 ▲논문‥인격책임론연구 (석사학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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