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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의 이선재, 저랑 정말 닮았거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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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팝피아니스트 신지호의 새 앨범 ‘아이모션’은 ‘eye(눈)’와 ‘emotions(감정)’를 조합한 말이다. 그는 “두 눈 안에 담긴 진짜 감정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스타의 탄생은 언제나 극적이다. 팝피아니스트 신지호(27)가 세상에 알려진 건 UCC(사용자 제작 컨텐트)였다. ‘학교 종이 땡땡땡’ 같은 동요나 가요를 복잡한 연주곡으로 편곡해 인터넷에 올린 것이 입소문을 탔다. 연주하는 손만 찍은 영상을 보고 ‘놀라운 대회 스타킹’(SBS)에서 섭외가 들어왔고, 아이돌 같은 외모까지 화제가 되며 2010년 데뷔 앨범을 냈다.

 언뜻 JTBC 드라마 ‘밀회’의 주인공인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가 떠오른다. 선재 역시 유튜브를 통해 예술재단의 실세 오혜원(김희애)의 눈에 띄었다. 그가 ‘밀회’에서 선재의 라이벌로 연기에 도전한 것이 우연만은 아닌 듯하다. 최근 2집 앨범 ‘아이모션(eyEMOTIONS)’을 발매한 그를 만났다.

 “처음엔 선재 역을 하고 싶었어요. 저랑 정말 닮았거든요. 피아노 없인 못 살고, 불 같은 사랑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요. 행인으로라도 출연하고 싶어 오디션 때 대본 10장을 다 외워갔어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제 식대로 연주했고요. 감독님이 제 이글거리는 욕망을 보셨는지 기립박수를 치셨어요.(웃음)”

 4살 때 처음 피아노를 친 신지호는 절대음감의 소유자다. 부모님이 음악하는 것을 반대해 영어 공부를 하겠다며 미국 유학을 갔지만 꿈은 놓지 않았다. 테네시주의 작은 중학교에 다니던 그는 강당에 있는 피아노로 독학을 했고 학교의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각종 대회의 상을 휩쓸었다. 미국 대통령상인 ‘아메리칸 뮤지션 인재상’을 두 번이나 받고 지역 신문까지 실린 것을 보고 부모님도 두손두발을 들었다. 현재 그는 버클리 음대 휴학 중이다.

신지호는 JTBC 드라마 ‘밀회’에서 이선재(유아인)의 라이벌인 지민우 역을 맡았다. 극중에서 직접 연주실력을 뽐냈다. [중앙포토]

 “저는 일 할 때도 피아노를 치고, 쉴 때도 피아노를 쳐요. 중독이죠. 기본기 연습을 할 땐 꼴보기 싫을 정도로 지겹다가도 제가 좋아하는 김광진의 ‘편지’같은 가요를 치면 행복해요. 숙명이면서 애증이죠.”

 신지호는 왜 정통 클래식이 아닌 팝피아니스트를 선택했을까. 답은 그를 만나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이 젊은 음악가는 밝고 사교적이다. 골방에서 사색하는 것보다 포장마차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곱창에 소주를 마시는 걸 더 좋아한다. 더 많은 사람과 호흡하고, 사랑받고 싶어 연기에도 도전했다. 아이유, 소녀시대, 헨리, 정엽 등 다른 장르의 뮤지션과 합주하는 것도 즐긴다.

 자작곡 5곡을 실은 새 앨범도 대중성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열렬한 연애가 남긴 감정의 파고를 서정적인 선율로 풀어냈다. 특히 드라마 촬영 틈틈이 작곡한 ‘밀회’란 곡은 종말임을 알고도 달려가는 남녀의 사랑을 피아노와 첼로의 처절한 입맞춤으로 그렸다. 11월 7일엔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단독 공연도 연다. 그에게 “이루마나 윤한같은 팝피아니스트와 구별되는 신지호만의 장점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안 하는 게 없는 피아니스트? 저는 욕심이 많아서 배우, 뮤지컬, 음악감독 등 하고 싶은 건 다 해보거든요. 신지호란 이름이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학교 종이 땡땡땡’처럼 연주곡으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음악도 재발견하는 연주자이고 싶어요.”

글=김효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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