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짙어지는 국제펜클럽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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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제펜클럽회의란 원래가 문인들-그것도 아주 광범위의 문인들, 다시 말해서 신문이나 잡지의 편집인들까지 포함해 말하자면 문필을 직업으로 삼고있는 사람들의 모임이기에 대규모의 회의가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규모의 회의가 되다보니 엉성하고 시끄럽기도 한 것이 펜클럽회의의 성격이기도하다.
그렇다고 그것을 나무랄 수 없는 여러가지 이유도 충분하다고 하겠다. 그런 국제적인 문인들의 모임을 통해서 상호 정보의 교환은 물론 부수적으로 마련된 사교적 모임과 관광을 통해서 문인들은 자기의 창작활동을 위해 활력소를 얻고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는 위에서 말한 취지로 보아 회의라기 보다는 펜클럽대회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한 표현이 될 것 같다. 파리·리옹 두군데서 프랑스 펜클럽 주최로 열렸는데 두군데라고 했으나 사실은 주로 리옹에서 대부분의 회의가 개최되었고(9월21∼24일) 파리에서는 9월25일에 회의를 종결짓는 모임을 가졌을 뿐이었다. 개회식은 파레드콩그레, 즉 리옹시의 상품전시강겸 회관으로 쓰이는 곳에서 열렸는데 예년에 비해 너무나도 참가회원이 적은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연전 뉴욕대회에 갔을 때 5백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인 것을 보았던 나로서는 2백여명 정도의 인원으로서 개최된 개회식에실 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중공대표들이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우리대표 14명에 비하면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10명정도의 대표단이 참석을 했는데 그중에는 여성도 한명 끼여 있었다. 그런데 의장단이 자리잡은 단상에 이례적으로 중공대표로 온 「마우·둔」이 빈객으로 추대되고 있음을 보고 새삼 중공의 세계무대 진출의 적극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소련도 가입되지 못하고 있는 국제 펜클럽에 이제 중공이 진출하고, 반면 매년 참가하던 대만이 나오지 않게 된데 우리는 새삼 무상한 세계정치의 일만을 엿보는 느낌이기도 했다.
그들 중공대표단과는 우리도 제법 여러번의 대화를 가질 수 있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거리낌없이 우리와 대화를 나누었고. 우리 대표의 한국에 와달라는 초청에 한참 생각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해서 서로 웃고 말았다. 문학회의는 다음날부터 시작되었는데 주제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위기에 봉착한 세계에 있어서의 희망으로서의 문학」이었는데 이것을 한 주제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문학에 대한 위협」과 「문학에 대한 희망」등 두가지로 분류해서 자유토론 형식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주제를 놓고 이야기된 내용에 있어서 나로서 불만이 있었다면 그것이 너무나도 정치적인 것과 결부된 발언이 많았다는 점이다. 현대사회의 급격한 기술문명의 발달이 인간생활의 복지에 이바지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가져온 갖가지 피해, 비인간화 현상 등이 문체의 초점이 될 것을 기대했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다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한 새로운 세계문화의 참조로 돌릴 수 있을까, 그리고 그때의 문학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그런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그곳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주로 정치가 문학의 자유로운 활동에 대한, 혹은 출판의 자유에 대한 압박 같은 것이 문제의 초점으로 노출되고 있었다. 물론 그런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문제도 의당 논의의 대상이 될 수는 있겠으나 나의 인상으로는 펜클럽대회가 지나치게 정치의 도구화해가는 듯한 느낌을 배제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명한 작가나 시인들도 점점 펜대회에 나올 생각이 적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이것은 비단 문학에 대한 토론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었고 투옥작가들에 대한 처리문제와 같은 사무적인 문제에서도 펜클럽회의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많은 대표만도 좋지만 외국어에 능한 젊은 문인들을 펜클럽대회에 내보내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하리라는 생각을 한사람은 나혼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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