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박힌 기법…개혁의지 안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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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전은 올해로써 30회를 맞았다. 국전은 그 성격상 아카데미즘을 기반으로 한 근대적 성향이 압도적 추세를 보여온 전람회였고 그 때문에 항상 대내외적인 온갖 대립과 갈등의 초점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 대립과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미술의 전반적인 발전과 진행의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국전에 가해지는 외부로부터의 압력도 컸던 것이다.
국전이 재야세력을 대거 포용하고 문호를 넓혔다고는 하나 그로써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없어졌다고 속단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오랜 진통 끝에 주최권을 문공부로부터 문예진흥원으로 이관하고 운영상의 모순점을 개선하는 등 면모를 일신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기는 했으나 너무나도 견고해진 종래의 국전적 속성-예컨대 권위주의라든지 경력주의, 안일무사주의 같은 폐단을 한꺼번에 불식한다는 것은 힘에 겨운 노릇이라 여겨진다.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할만큼 국전인구는 해마다 늘고있고 화가로서의 입신을 열원하는 모든 미술인들의 이 기구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그러한 가운데 맞이한 제30회 국전, 이 국전에 모아지는 화단의 시각은 어떠한가. 근원적인 개혁의지 없이 종래의 유산과 속성을 그대로 고스란히 되물려 받은 이 30회 국전은 예상을 넘어서는 기대와 충격을 우리에게 안겨주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전히 인맥이 작용하는 국전, 그래서 감동을 받을 수 없는 일부 작품이 수상권 안에 들어서 있는 느낌이었고, 공모작의 많은 수가 이제까지의 역대 수상작의 유형적 틀에 맞춰 어떻게 하든지 심사원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수상 그 자체만을 목표로 한 듯한 작품들이 난입하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소재주의가 판을 치는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도 눈에 많이 띄었다. 「구상」 「비구상」식의 해묵은 경직된 분류방식이 우리미술의 양식적 양극화를 초래함으로써 생길법한 폐단을 왜 국전관계인사들은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국전관계인사들, 특히 작품선별에 임하는 실무인들이 좀더 양식적으로, 근시안적이 아닌 과감한 포용력을 가지고 참신한 신인을 발굴한다는 책임감을 앞세울 수 있다면 이기구가 지닌 불치의 병도 쉽게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간단할 듯 싶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바로 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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