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우남아파트 붕괴위험, 남의 일 아니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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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기자] 지난 11일 전북 익산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익산시가 붕괴 위험에 처한 모현동 우남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명령을 내린 것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0조'를 근거로 한 조치다.

1992년 11월 준공된 모현 우남아파트는 2002년 구조안전진단 결과 철거대상인 D, E급 판정을 받은 뒤 익산시로부터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됐다. 이후 한 차례도 보수·보강 공사를 하지 않아 붕괴 위험상황에 직면했다. 지어진 지 20여 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입주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돼버린 것이다.

책임 소재를 가리자면 일차적 책임은 시공사(건설사)에 있다. 해당 아파트가 건립 10년 만에 철거대상 판정을 받은 것만 봐도 그렇다. 당초 설계 잘못이나 구조상의 문제로 부실시공된 것이다. 실제로 건립 초기부터 건물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비가 오면 지하실 바닥에 물까지 찼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상당수 국민들이 1970년에 일어난 서울 창천동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해당 건설사는 당연히 책임 소재를 철저히 따지고,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주 문제 급선무…자기반성 필요

그렇다고 무조건 건설사의 잘못으로만 돌릴 순 없다. 지자체인 익산시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2002년 안전진단 이후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적절한 안전조치 한 번 취하지 않은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한다. 해당 아파트가 시 소유가 아닌 사유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익산시가 재난위험시설로 지정한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다.

일부 주민은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며 민원을 제기해 왔으나 이렇다 할 조치는 없었다고 한다. 안전 불감증이 만연하다는 방증이다.

더 솔직해보자. 입주민들 역시 사태 악화에 일조한 측면이 있다. 사실 입주민들은 건설사를 상대로 2003년 소송을 제기했고 긴 법정 싸움 끝에 2010년 대법원 승소 판결을 끌어냈다. 손해배상금 7억4000여 만원도 받았다.

하지만 이 배상금은 신속한 보수·보강을 주장하는 주민과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되면서 절반 넘게 허비해 버렸다. 시간은 4년 넘게 흘렀다. 만약 법원 판결 이후 즉각 주민들 간 의견 수렴을 거쳐 방안을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최소한 지금보단 상황이 나아졌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사전에 충분히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총 103가구, 400여 명의 주민들이 이주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자체 등은 중재 및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이런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전국 각 지자체와 시공사, 주민 등은 진지한 자기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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