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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 펼치는 환상의 세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금세기 회화분야 최고 거장 중 유일한 생존자인 「마르크 샤갈」(94)의 오리지널 판화전이 서울에서 열려 관심을 끈다(15∼21일·현대화랑).
우화적으로 표현된 동물과 인물, 포옹을 나누는 연인들과 꽃다발 등 그의 유화를 통해 낮 익은 소재들이 선명한 색채로 더욱 강한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번 우리 나라 팬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작품은 모두 25점.「샤갈」 이 본격적으로 판화에 손대기 시작한 1940년대 작품에서부터 금년에 제작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고루 출품돼 판화를 통해서 그의 회화세계가 어떻게 변천해 오고 있는가를 흥미 있게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그가 즐겨 쓰는 기법은 석판기법. 초기에는 동판을 주로 썼으나 선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의 표현을 좀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석판화로 바꾸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소재 면에서 그가 애착을 가지는 것은 서커스. 풍경을 주로 한 50년대의 풍토적 주제에서 서커스·악사를 거쳐 60년대 후반 이후에는 다시 서커스에로의 회귀적 변화를 보인다.
전시실 입구에 걸려있는 금년 작 『듀불거리의 화가』 는 파스텔조 색감으로 더욱 낭만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 캔버스에 꽃을 그리고 있는 화가 뒤로 에펠탑이 기우뚱한 모습으로 서있고 반대편에는 바이얼린을 켜는 소년과 흰 양, 그리고 어린 소녀들이 가느다란 선의 중복을 통해 묘사되고 있다.
왼쪽 전시실에 걸린 『서커스의 심장부』 (1967년작)는 그가 애착을 지니고 제작했던 일련의 서커스 작품 중 하나.
묘기를 보이고 있는 소녀를 중심으로 동물들이 곡예하고 있는 장면이 보이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이 하트 형태로 구획된 선 안에서 골고루 자리잡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그의 판화는 회화에 비해 색채가 선명하다는 것이 두드러진다.
어떤 학설이나 방법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자기의 시를 쓰듯 자유롭게 예술 세계를 창조해 가는 노대가의 작품에서 예술이란 어떤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게 한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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