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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9)|제74화 한미외교요람기|재한일재산권 문제|미와의 협정근거, 이미 한국귀속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주미 대사관이 한일 문제 때문에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5l년 3월게 부터였다. 그때 미국은 「애치슨」국무장관의 진두지휘아래 「덜레스」특별 보좌관과「앨리슨」차관보가 한 팀이 되어 전승연합국과 패전일본간에 체결될 평화조약의 초안을 작성 중이었다.
국무성은 3월 27일 1차 초안의 내용을 주미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통고했다. 그 내용은 일본 정부에도 동시에 통고했다. 미국은 초안을 충분히 검토해보고 한국으로서 꼭 첨부할 견해가 있으면 내라는 취지였다.
약 4개월간 본국 정부로부터 아무런 후속지시를 받지 않고 있던 7월7일 국무성은 또다시 2차 초안 내용을 주미대사관에 알려왔다. 이를 받은 정부가 비로소 활동지침을 보내왔다.
이승만 대통령이 양유찬 대사를 통해「덜레슨」국무장관 특별 보좌관에게 보낸 미측 초안에 대한 한국정부의 견해는 다음과 같았다. 이 견해는 바로 주미대사관이 관절 해야 할 업무 목표이기도 했다.
①한국은 연합국과 동등한 자격으로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조인식때 참가해야한다. ②일본은 재한일본 재산권을 완전히 포기해야한다. ⑧ 일본 어선의 맥아더 라인 넘어 어로의 진출은 제한되어야 한다. ④ 독도·파망도는 한국의 영유에 속한다.
정부가 이 같은 훈령을 주미대사관에 보내기까지 국내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나는 훗날 유진오 박사로부터 알았다.
48년 법제처장 재직시 대일 배상 요구조서 작성으로 한일관계에 이미 관여해 온 유 박사는 1·4후퇴로 부산에 가있던 51년3월말, 어느 날 당시 법무부 법무국장이었던 홍진기씨의 방문을 받았다.
홍씨는 미국의 대일 평화 조약 초안번역문이 게재된 일본신문 한 장을 가지고 왔던 것이다. 유 박사는 『우리의 이해관계가 깊숙이 관련된 것 같다』 는 홍씨의 말을 듣고 함께 내용을 검토했다.
유·홍씨는 초안의 4조 A항에 깜짝 놀랬다. 4조A항은 『일본의 통치로부터 이탈된 지역(한국포함)의 시정 당국 및 국민과 일본 및 일본국민간의 재산청구권은 양측간의 특별협정으로 처리한다』고 돼있었다.
유 박사와 홍씨는 이 규정이 부리의 정도를 지나 우리 나라를 위해 명백히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이 조망에 의하면 한국 내에 있는 일본 및 일본국민의 재산 (즉 귀속재산) 처리와 일본 내에 있는 한국 및 한 국민의 재산의 처리는 한일양국간의 「특별협정」에 의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었다.
한국 내 전 재산의 80%가 된다, 90%가 된다하던 귀속재산의 처리를 일본과 협의해서 결정하다니, 이것은 한국의 독립을 일본과 협의해서 결정한다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 아닌가
당시 우리경부는 「한미간의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협정」(49년1월18일)에 따라 미군정 법령 제33호에 의해 미 군정청에 귀속되고 소유된 재산 일체에 대한 권리 및 이익을 양도받고 있었던 것이다.
유박사와 홍씨는 우리 정부가 대응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이 대통령에게 건의해 외무부 안에 외교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외교 위원회 위원은 김전연·최두선·배정현·유광오·홍진기·이건호·박재린씨 등 7명이었다.
외교 위원회가 주미대사관에 보낼「훈령」을 만들었다. 훈령 속에 파랑도의 영유권 주장이 들어간 것도 재미있었다.
그것은 유박사가 육당 최남선 선생의 코치를 받아 넣은 것이었다. 유 박사는 육당에게 독도의 내력을 자세히 설명 듣고는『대마도가 우리의 영토라는 이 대통령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육당은 고개를 내긋고는 대신 새 지식을 하나 주었다. 우리 나라 목포와 나가사끼(장기)·상해를 연결하는 삼각형의 중심쯤 되는 해 중에「파랑도」란 섬이 있는데 표면이 대단히 얕아서 물결 속에 묻혔다 드러났다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외교 위원회는 파장도의 영유권을 주장했는데 홍종인씨가 이끄는 한국 산악회가 해군의 지원을 얻어 현장을 답사해 소재를 찾으려 했으나 드러난 육지인 섬으로서의 확인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는 비록 항상 물위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해도 넣어서 해 것은 없다는 생각에서 독도와 함께 평화조약 제2조에 파랑 도를 넣어 줄 것을 요구했던 것인데 들이켜 보면 외교공문서에 섬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을 섬으로 넣은 것은 실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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