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수뇌나 공식대표가 외국을 정식 방문했을 때 그 회담내용이나 특기사항 등을 기록하는 외교문서들이 있다. 이 가운데 「공동」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문서는 세가지. 공동선언·공동발표·공동성명이 그것이다. 공동선언(조인트·데클러레이션)의 경우는 당사국과의 사이에 권리·의무관계가 발생해, 조약과 같은 법적 효력이 따른다. 다만 「조약」이라는 형식을 제쳐놓고 공동선언을 택할 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조약의 효과는 기대하면서도 서로 풀리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을 때는 공동선언의 변법을 쓴다. 1956년 일소 두나라는 국교를 정상화하며 당연히 「평화조약」을 맺어야할 일이지만 「공동선언」으로 대신 했었다. 북방영토 문제가 타결되지 않은 때문이다. 「조약」의 일보전 상태에서 이들은 「공동선언」을 한 것이다. 「조인트·스테이트먼트」로 표현되는 「공동발표」는 급수로 치면 저 아래다. 비공식적인 신문발표 (프레스·가이던스)와 공식적인 「공동성명」 중문쯤에 「공동발표」가 있다. 물론 이것도 외교 「문서」의 하나임엔 틀림이 없다. 다만 효험이 다소 떨어질 뿐이다. 지난 8월 한일외상회담의 결과가 「공동발표」의 형식으로 나타났었다. 이보다는 한 급쯤 높은 공동성명(조인트·코뮈니케)은 기록적 의미가 강하다. 일본의 「소노다」(원전직)외상이 지난5월 미일정상(「레이건」대통령과「스즈끼」수상)사이의 공동성명을 놓고 『공동성명에는 조약이나 협정·각서와 같은 구속력은 없다』는 발언을 해 일본안팎에서 시비를 빚었었다. 「동맹」(얼라이언스)이란 말의 풀이에서 비롯된 논란이었지만 「소노다」외상의 지적대로 공동성명은 「법적」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국제관례에 따른 「도의적」구속력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그것은 양국을 대표하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서 빚어진 정책결정이고 정치적 약속인 것이다. 바로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오끼나와(충승)를 반환 받는 교섭도 공동성명의 합의로 이루어진 결과였다. 흔히 공산국은 타국과의 사이에 공동성명을 발표할 때면 그들 나름의 「델리커시」를 가미한다. 공동성명의 표제처럼 따라 다니는 문구, 『회담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는 표현을 빼놓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해피엔드」로 짐작해도 된다. 그러나 때로는 『동지적인 분위기에서 솔직한 의견교환이 있었다』는 구절로 표현되는 때도 있다. 이것은 의견대립이 있었다는 말의 외교수사다. 미·중공이 국교정상화를 모색할 무렵 그런 공동성명이 번번이 발표되었었다. 요즘 한일각료회담을 앞두고 어느새 공동성명이 있다, 없다는 애드벌룬이 현해탄상공에 오르내린다. 한번보고 말 나라 사이도 아닌데, 이런 말이 오가는 것은 현해탄의 기류가 얼마나 비외교적인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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