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대통령 연애 거짓말이겠지만 … ” <br/>새누리 “저질 막말 … 윤리위 제소할 것”

정의화 국회의장이 12일 오전 국회 상임위원장들을 불러모았다. 세월호특별법으로 꽉 막힌 국회 상황을 풀어 보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설훈(사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대통령 연애’라는 발언을 꺼내면서 회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설 위원장=“왜 세월호특별법 처리가 안 되나. 청와대가 안 되게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은 새누리당이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주자는 데 반대하고 있다. 저는 생각건대 다 털어놓고 이야기하면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말, 거짓말이라 생각한다. 안 했다고 생각한다. 더 심각한 게 있다. 대통령께서….”

　▶정 의장=“잠깐!”

　▶설 위원장=“문제 풀기 위한 방안을 용기 있게 제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신이 아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잘못할 수 있다. 잘못하는 부분을 잘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설 위원장의 ‘연애’ 발언은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언급이었다. 회의장은 참석자들이 웅성대는 소리로 가득 찼다.

　여당 위원장들 사이에서 “그만하라” “품위를 지키라”는 고성이 나왔다. 정 의장이 발언을 제지했지만, 설 위원장은 “이러니까 안 된다”며 말을 계속했다.

　▶설 위원장=“국민에게 솔직해야 한다. 국민은 다 알고 있다.”

　▶정우택(새누리당) 정무위원장=“아니 그럼 지금 야당만 솔직하고 새누리당은 국민한테 솔직하지 않다는 거야 뭐야.”

　▶정 의장=“지금 국회의장을 무시하는 건가. 오늘 모임을 마련한 건 (이런 소란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정 의장은 회의를 급히 비공개로 전환했다. 설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에서도 “세월호 참사는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꿀 계기인데, 왜 여당이 그 정도의 말도 하지 못하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설 위원장 발언 이후 다른 상임위원장들도 돌아가며 한마디씩 했지만, 여야 모두 자기 목소리만 높였다. 익명을 원한 새누리당 소속 상임위원장은 “정 의장이 ‘본회의 계류 중인 법안 처리는 굳이 서두를 필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국회 정상화를 위해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15일 본회의를 단독 소집해 계류 중인 민생법안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 의장이 소극적이라 불만이 쌓이고 있다.

　정 의장 주재 회의가 끝난 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설 위원장 발언은 개인의 품위 훼손을 넘어 국회 권능의 추락이자 대한민국 국격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발언”이라며 “설 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영석 원내대변인은 “천인공노할 저질 막말 발언”이라며 “즉각 사죄하고 상임위원장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설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에게 아무 말도 못 하니 세월호 국면이 풀릴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을 돕자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권호·강태화 기자

국회정상화 위한 회의 발언 파문 #세월호 침몰 당일 7시간 행적 언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