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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국가 예산을 좀먹는 「검은손」"많다|표본조사결과 공무원의 0·4%가 연간 수십 억불 축내|납품업자와 짜고 도둑질, 주한 군문관 의보 조작 치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레이건」미행정부는 수많은 정부기관을 상대로 사기와 절도를 일삼거나 교묘한 수법으로 탈세하는 「검은 손」 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셨다.
연간 4천4백억 달러에 달하는 국가예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갉아먹는 「검은 손」의 숫자 가 얼마인지, 또 그 액수가 얼마인지 정확히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가예산을 수립하는 연방 예산국(0MB)과 예산 집행을 감사하는 연방 회계국(GAO)의 표본조사를 보면 각 부처 근무자의 0·4%가 「검은손」이며, 그들이 축내는 돈이 자그마치 연간 수 십억 달러에 이른다.「레이건」대통령은 작년10월 선거 유세 때 사기와 절도 등으로 낭비되는 국가예산이 연간 50억 내지 5백억 달러나 된다고 폭로하고, 이를 추방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대통령의 명령으로 국고손실 사례를 조사한 GAB는 절도 (30·5%)가 가장 많고, 다음이 연방공무원의 부정(25·7%)이며,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민간인의 사기(17·9%),기업체의 정부상대 부정(11·8%)순으로 정부가 사기를 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기의 유형은 갖가지다.
미군PX에 버터를 납품하는 어떤 트럭운전사는 며칠 전에 배달했던 버터상자를 창고에서 훔쳐내 다시 납품하는 방법으로 8만 달러를 거뜬히 벌었다. 빈민구제기관의 어떤 직원은 예산에 책정된 것보다 낮은 등급의 담요를 사들여 차액 1만5천 달러를 따먹었고, 컴퓨터에 유령인물의 엉터리 자료를 입력시켜 이를 근거로 발행된 푸드·스렝프 빈민층에 주는 식료품구입권을 가로채 호화스런 생활을 한 공무원도 있다.
로키산맥의 산 판에서는 산림감독이 없는 틈을 타 수 백만 달러 어치의 목재가 도별 됐고 미 항공우주국(NASA)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사기를 친 사람도 있다.
또 주한부 8군에 근무하는 어떤 문관은 의료 보험관계를 취급하면서 3년 동안 2백만 달러를 꿀꺽 했다가 적발돼 징역3년형을 받았다.
예산 집행의 정당성을 따지기 위해 각 부처에 파견된 OMB 감독관은 5천4백 명이나 되지만 『열 사람이 한 도둑을 잡지 못하는 골』은 마찬가지다. 화가 난 「레이건」대통령은 지난 1월 각 부처 감독책임자를 해임하고 『쓰레기장 개보다는 더 잘 냄새맡는 사람을 원한다』 고 일갈했다.
새로 임명된 감독책임자들이 지난 6개월 동안 조사에서 예산 중 1억4천2백만 달러가 이미 유용 됐고, 3억 달러는 구실 없는 예산임을 밝혀냈다.「레이건 대통령이나 관계기관에서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일부에서는「검은 손」 이 좀처럼 없어질 것 같지 않다고 걱정한다. 그 이유는 범법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가벼워 수백만 달러를 먹고도1∼2년 옥살이로 끝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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