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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불시대 인구|5차5개년 계획을 풀어보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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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성장의 혜택에 대한 기대보다는 늘 고물가에 허덕여 온 것이 우리네 가계다. 그래서 GNP성장률이 얼마냐보다도 물가가 어찌될 것인지를 더 궁금해한다. 정부가 5차5개년 계획기간에 내건 물가 청사진은 내후년부터 10%(도매물가상승률)아래로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가계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반가운 약속이 없다. 사실 최근 몇해 동안의 엄청난 물가광난속에 가계는 녹다운 직전의 그로기상태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서민가계와 직결되는 생필품값의 안정이다. 정부도 연탄이나 쌀값은 어떻게 해서든지 안정시키고 정 모자라면 수입을 늘려서라도 감당해 내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힘만으로 어쩌질 못하는 것이 물가였음을 그 동안의 경험이 가르쳐준 교훈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해도 선뜻 믿어지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4차5개년계획기간 중 물가(도매)는 연평균 22·1%가 올랐다. 5년동안 2·7배로 오른 것이다. 전반에는 정신없이 풀어댄 돈이 물가를 크게 올렸고 후반에는 두번째 오일쇼크에 휘말리면서 더더욱 걷잡을 수 없었다. 계획을 짜는 정부로서도 석유값의 향방을 어림하기가 가장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물가를 10%이하로 잡겠다는 장담도 원유값이 연간 10%이상 오르지 않는다는 전제위에 짜인 것이다. 제1차 오일쇼크 때는 4배가, 재2차때는 2배가 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여간 꺼림직하지 않다. 더구나 공교롭게도 원유값은 5년을 터울로 심술을 부려왔으니 말이다. 또 한가지 전제는 돈줄을 강력히 죄겠다는 것이다. 그전처럼 돈이 많이 풀려 물가를 자극하는 일은 일체 없도록 하겠다는 기본구상이다. 긴축의 고통을 심하게 느꼈던 79, 80년도보다도 더 강도 깊은 긴축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니까 기업이나 가계 할 것 없이 더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판이다. 어쨌든 계획대로라면 5차계획 기간의 마지막해인 86년에 가서는 l인당 GNP가 2천1백7O달러로 늘어나게 된다. 소득이 늘어나면 쓰임새도 자연히 달라진다. 우선 가장 민감한 부문이 식생활이다. 77, 78년 중동붐속에서 한참 경기가 흥청거릴때 급증세를 보였던 육류소비는 한동안 주춤하고 있으나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면 이내 다시 불붙을 것이 변하다. 소득이 늘어나 맛있는 고기를 많이 먹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수요는 폭발하고 먹을 고기는 모자라게 된다면 1근에 얼마짜리 쇠고기를 사먹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소득이 늘어감에 따라 역시 민감하게 움직이는 쪽은 인건비가 많이 드는 서비스부문이다. 선생님들의 봉급을 올려주기 위해서는 공납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고 다방의 코피값을 비롯해서 자동차 세차비, 각종 공공요금 등이 물가에 앞장을 설 것이다. 사람의 손이 많이 갈수록 비싸지는 물가구조도 이른바 선진국형으로 점차 바뀌어 나갈 것이다. 어쨌든 5년후면 경제규모도 지금보다 훨씬 커지고 여러가지가 달라질 것이다. 못보던 신형 전자제품이 개발되어 생활을 더 재미있게 해줄 것이고 더 맛좋은 아이스림을 먹으며 더 많은 컬러TV가 종전의 흑백TV처럼 널리 보급될 것이고 지하철의 확장으로 출근길이 훨씬 편해질 것이다. 그러나 5차 5개년계획이 성취된다고 구멍난 적자가계가 금새 어찌될 것은 아니다. 본의 아니게 쓰임새는 커지게 마련이고 서민가계들이 실감하는 살림살이는 오히려 더 빠듯하게 느껴질 것이다.(끝)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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