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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촌에 자취학생이 늘고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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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학촌이 썰렁하다. 개학에 따른 설렘도 잠깐일 뿐 가을학기의 씀씀이가 걱정이기 때문이다. 뙤약볕 속에 힘든 외판원과 식당·백화점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등록금 등록금을 마련했지만 지방학생들은 치솟는 물가고 속에 먹고살 곳이 마땅치 않아 큰 걱정이다.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엔 아랑곳없이 하숙비는 지난 학기보다 15∼20%나 올랐고 음식값·전세방 값도 같은 수준으로 뛰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내 대부분의 대학촌에 하숙생이 줄고 자취생과 매식 학생이 늘어나는 등 생활을 위한 알뜰작전이 한창이다.

<하숙>
2학기 들어 하숙비가 지난 학기에 비해 15∼20%씩 오르자 하숙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신림동·신촌·제기동 등 대부분의 하숙촌에서 2인1방의 경우 1명이 부담하는 하숙비는 지난 학기보다 1만원이 비싼 10만원선.
독방을 쓸 경우에는 어지간한 공원의 월급과 맞먹는 14만원선.
이처럼 비싼 하숙비 때문에 새 학기 들어 하숙을 원하는 학생이 크게 줄어 대학촌 곳곳에 「하숙생 구함」이란 벽보가 많이 나붙었다.
연세대 앞 하숙촌에서 복덕방을 경영하는 강성태씨(41)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강 때면 하숙방이 모자랐는데 요즘엔 거의 찾는 학생이 없다.』며 하숙생 소개를 부탁 받은 방6개를 그대로 놀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숙방이 남아드는 이유는 지방학생들이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친척집 등에 입주하거나 자취방으로 옮기기 때문.
서울대 경영학과 4년 강석군(21)은 『졸업을 눈앞에 두고있어 그대로 하숙을 하고있지만 후배들이 큰 고통을 받을 것 같다』 고 걱정했다.

<자취>
보증금·전세금 등 목돈이 들어야 하지만 생활비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최근 자취 대학생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방 1개와 취사시설이 딸린 집을 얻으려면 전세금 1백만∼1백50만원 정도의 목돈이 들기 때문에 월세방을 찾는 학생이 많다.
월세방은 보증금 10만원에 월세 4만원짜리에서 보증금 50만원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2학기 들어 월세방도 보증금이 5만∼10만원씩 늘었으나 보통 2∼3명이 한방을 쓰기 때문에 하숙비에 비해서는 인상폭이 잦은편.
서울 회기동에서 친구1명과 함께 자취를 하는 윤득호군(20·경희대 공학계열1년)은 『1명 하숙비만 가지면 2명이 자취할 수 있다』며 하루 한끼정도 식당에서 식사를 해도 한달에 6만∼7만원은 절약된다고 말했다.
윤군은 『반찬준비·설겆이·빨래 등 귀찮은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하숙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숙을 주종으로 해온 대학촌엔 마땅한 자취방이 없어 변두리까지 나가야하는 어려움도 있다.
고대 앞에서 삼성복덕방을 운영하는 김양순씨(42)는 『8월 중순쯤부터 자취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이 하루 5∼6명씩 찾아왔으나 방이 없어 모두 되돌려 보냈다』고 말했다.

<매식>
연구실·독서실 등을 숙소로 삼거나 일부 자취생들을 위해 식사편의를 제공하는 곳이 매식집.
각 대학 앞 골목마다 매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5∼6곳씩 있지만 학생들이 같은 식당음식에 쉽게 실증을 느끼기 때문에 옛날처럼 식권을 이용하는 곳은 드물다.
경희대 앞 골목의 매식집 「사랑방」에서 마련하고 있는 메뉴는 백반·냉면·라면·김밥 등.
6백원 짜리 백반의 경우 하루 세끼의 식사를 제공하고 한달에 5만원으로 할인해준다.
같은 골목에 있는 5∼6곳의 매식 전문 집에서도 10여명씩의 단골 매식 학생들을 두고있다. <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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