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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것이 왔구나″…착잡한 반응|행정부처 축소방안에 어수선한 관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해방 후 최대규모」라는 정부 기구조정안이 발표되자 관가에는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하는 허탈과 『진작 조정됐어야 했다』는 지지의 표정이 엇갈렸다. 1년 전부터 꾸준히 소문이 나돌기는 했으나 정작 2백32명이나 자리를 비워야한다는 현실에 공무원들은 일손을 잡지 못하고 이방저방 돌아다니며 신문을 펴놓고 수군거리는 모습이었다.
지난 4월부로 승격된 노동부나 실·국장과 과장이 검사로 보임 되어있는 법무부등 몇몇 부처는 「강 건너 불」이란 듯 느긋한 표정이나, 가장 크게 조정될 서울시등은 좀처럼 일손을 잡지 못하고있다.
26일 모 부처의 국장은 『정부가 관계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한다고는 하지만 실·국장을 지낸 사람이 오랫동안 일해온 부처를 떠나 타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파견돼 일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조치가 「제2의 숙정」의 인상을 준다며 불안한 표정이었고, 한 하급공무원은 『가뜩이나 좁은 승진의 기회가 더 빠듯해질 것같다』며 사기와 능률이 떨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동안 지나치게 팽창된 행정기구가 정비된다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앙청>
상위직이 대폭 축소된다는 발표를 듣고 승진을 눈앞에 둔 고참 사무관·서기관들은 승진 가능성이 더 멀어진데 의기소침해 했고 일부에서는 기구개편과 함께 대폭적인 인사이동이 있으리라 보고 인사내용에 벌써부터 관심을 쏟기도-.
하위직 공무원들은 이번 개편으로 공무원의 처우개선이 어느정도 이루어질 것이냐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이번 축소로 1백50억원내지 2백억원의 예산절감효과가 있다는 총무처의 발표에 사무관·주사 급들은 그 재원으로 현재 과장이상만 받는 정보비 혜택을 받게됐으면 하는 눈치들.

<외무부>
국장자리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해외에 최소한 대외 직명대사로 나갈수 있기 때문에 타부에 비해 동요는 덜한 편.
따라서 누가 자리를 빼앗기느냐보다는 어느국이 없어지느냐에 관심을 쏟고있는데 지역국은 기능국의, 기능국은 지역국의 통폐합을 서로 주장하고있어 흥미를 끌었다.

<내무부>
방대한 지방행정기구조정에 큰 관심을 보이고있으며 지방기구축소에 어렵게돼 과장급이상 간부들은 인사침체를 걱정, 강우혁 지방행정국장은 3개 직할시중 대구·인천은 지난7월 승격때 서기관을 국장자리에 앉히는등 기구를 도와 걸맞게 조정,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부산시는 서울시 수준으로 기구가 세분화돼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부이사관급 이상 간부의 이동이 불가피한데다 두달전에 신설된 시·도의 제2부시장·부지사자리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
경찰은 지난7월 치안본부4부를 신설하면서 6개과(경무관자리)를 늘리는등 기구를 세분화, 신설된과의 통·폐합에 관심이 큰데다가 총경평균연령이 50대를 넘어 기구조정에 따른 세대교체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서울시>
한신공영아파트 수회사건으로 간부5명이 구속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서울시 직원들은 기구가 절반가량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발표에 대부분 일손을 놓고있다.
직원들은 틈나는 대로 서울시 직제의 개편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으며 축소대상에 오른 부서 간부들은 정보를 나누며 자신의 앞길을 걱정했다.
K모 과장은 『서울시기구가 너무 방만해 축소가 어쩔수 없는 조치』라면서도 『물러 나야할 직원들의 직장 알선등을 정부가 고려해 줘야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이상연 제1부시장은 간부회의에서 기구개편은 예산절감의 차원보다는 능률적인 업무추진이라는 관점에서 추진되고있다며 직원들이 동요하지 말도록 당부했다.

<경제기획원>
비교적 개편대상이 많은 기획원도 금주 말쯤 윤곽이 잡힐 듯.
특히 5명의 담당관을 거느린 예산실은 내년예산의 마무리작업에 마지막 피치를 올리다 잠시 맥빠진 표정들.
특히 발족한지 반년도 안된 공정거래실은 폭주하는 업무량 때문에 증원을 요청할 판인데 국으르 축소가 불가피하게되어 난감한 표정이다..

<재무부>
기획원이나 상공부에 비해 기구의 인플레 없이 보수적으로 운영해온 재무부는 비교적 축소대상이 적은 편이나 직원들의 충격은 역시 마찬가지.
업무량과 업무의 중요성에 비추어 재무부는 특별 취급해야 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면서 그동안 기구를 마구 늘려온 부처 때문에 도매금대우를 받는다고 원망도 하고있다.
대과원직에 따라 과의 개편, 통·폐합이 클 전망.

<문교부>
두사람만 모이면 서로가 자리를 놓고 얘기를 나누는 과장급들은 한결같이 『지금까지 정부가 요청하는 인원을 증원해주지 않다가 인원이 15명 이하라고 해서 과를 없앤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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