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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집 방화」 여 주인|주요사건 무죄판결 잇따라|「물증없는 구속」에 경종|검찰선 끝내 "항소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일반의 관심을 끌었던 주요사건의 피고인에게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
『보험금을 노려 방화했다』고 사형이 구형됐던 일식집 「청송」 여주인에게, 「얼굴없는 증인」(중앙일보 4월10일자 사회면보도)의 진술조서가 첨부돼 물의를 빚었던 교통사고의 가해자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수사기관이 결정적인 물증(물증)을 찾지 못한채 신빙성 없는 관계자의 자백이나 그럴싸한 정황증거만으로 구속, 기소했기 때문. 법조관계자들은 수사기관이 임의성 없는 자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구속을 수사의 끝」으로 생각하는 타성 때문에 이같은 인권침해가 잦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형구형에 무죄선고-.
『보험금을 노린 방화』 혐의로 구속기소 됐던 일식집 청송(서울충무로 2가49의l) 주인 김성혜 피고인 (45· 여) 에게 『증거가 없다』 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청송에 화재가 발생한 것은 지난 2윌15일 새벽 3시20분쯤. 5명의 종업원이 숨지고 8백66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경찰은 화재당시 함께 잠자던 요리사 김량규(33)가 혼자 빠져 나와 달아난 것을 밝혀내고 김으로부터 『양어머니인 주인 김성혜씨와 짜고 보험금을 타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자백을 받아내 2명을 현주건조물 방화치사혐의로 구속했었다.
경찰이 주인 김씨에게 방화혐의를 둔 것은 ▲화재발생 3일이 지나도록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3천만원짜리 화재보험 2구좌에 들어 1회분씩만 납입했으며 ▲5천여만원의 빚에 심하게 쪼들리고 있었다는점 등과 ▲ 『보험금을 타게되면 빚을 갚고 경영권을 넘겨주겠다』고 했다는 김량규의 자백. 이를 증거로 김씨도 공범으로 단정했다.
검찰도 뚜렷한 증거가 없고 김씨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해 고심했으나 2명을 거짓말탐지기로 검사한 결과 김량규의 진술은 진실, 김성혜씨의 진술은 허위라는 반응을 얻어내자 2명 모두 구속기소, 지난 7월6일 이들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것.
이에 대해 김씨의 변호사 김홍수씨는 변론을 통해 ▲불이나면 청송이 없어지는데 경영권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되며 ▲방화를 공모했다는 장소가 김씨의 언니 등이 합석한 공개된 식당인 것도 납득할수 없고 ▲보험금은 다른사람이 대납한 것이며 그대상도 건물이 아닌 시설 보험으로 건물주인이 아닌 김씨에게 이익이 없고 ▲화재당일 매상액 13만원과 8백만원 상당의 외상사인지를 현장에 놓아두고 외출한점 등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수사에서 드러난 사실과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 김과 김씨가 화재전날 식당에서 여럿이 있다가 2명만 다른 자리로 옮겨 5분간 밀담한 사실, 감이 16년간 양어머니로 섬겨온 김씨를 눈물을 흘려가며 끌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이에 맞섰던 것.
그러나 재판부인 서울형사지법합의14부 (재판장 김환무 부장판사)는 김에게는 사형을 선고하고 김씨는 ▲김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는 데다 번복 동기가 뚜렷치 않아 신빙성이 없고▲모의장소나 범행방법 (범행시기· 방화방법의 모의가 전혀 없었다)등이 납득하기 어렵고▲5분 동안 모의한후 하루종일 함께 있었으면서도 방화에 관해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고 ▲보험가입 사실을 주인 김씨가 김에게 알려준 것이 아니고 김이 다른 종업원한테서 듣고 김씨에게 먼저 물어본 것은 순서상으로 납득이 안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씨가 범인임엔 틀림없다. 다른 물증이 없어 자백을 증거로 채택하느냐가 유죄를 가늠하는 열쇠인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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