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베' 의 반인륜 집회, 문명 사회의 수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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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6일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약칭 일베) 회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벌인 퍼포먼스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일베 회원 100여 명은 이날 세월호 유가족 등이 단식농성을 벌이는 곳 앞에서 피자·치킨 등을 나눠 먹고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한 인터넷 카페 운영자는 9일 일베 회원들이 행사를 가진 장소에 ‘개보다 못한 것들 사료 먹는 곳’이라는 문구를 써 붙이고 개집과 개밥을 갖다 놓기도 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대립이 일부 극단적인 세력에 의해 ‘조롱’과 ‘막말’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단식 농성장 앞에서 먹거리 집회를 주최한 측은 “정치적 용도로 전락한 광화문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였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진보진영의 불법 집회처럼 과격한 선동이나 거리 점령도 없었고 행사장소를 깨끗이 청소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취지야 어떻든 꽃다운 자식을 잃고 극한의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족들의 단식농성장 앞에서 ‘폭식행사’까지 벌인 행위는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광화문광장 농성장엔 추석을 맞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석상까지 차려진 상태였다고 한다. 이는 유가족들을 조롱하는 행위로 문명사회라면 부끄럽게 여겨야 될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엔 서로 의견이 다르면 합리적 논쟁으로 접점을 찾기보다는 상대를 향해 일방적인 비난과 저주를 퍼붓는 극단적인 세력이 자리 잡고 있다. 일반 사회에선 점점 약해지고 있는 지역 감정이 이들 사이에선 더 노골화되고 있다. 일베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일베 회원들을 벌레(일베충)로 비유한다. 인터넷엔 일베 회원임을 판별해 주는 일베회원검사기까지 등장했다.

 민주사회에선 누구나 자기 주장을 자유롭게 펼칠 권리가 있다. 하지만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소한의 상식과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이를 무시할 경우 대다수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고 결국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