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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목돈 몰리는 상가 투자, 수익률 거품 조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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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최영진
부동산 전문기자

어느지역이든 아파트가 건설되면 상가도 함께 들어선다. 사람 사는 동네는 각종 편의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당 신도시 등이 건설될 무렵에는 아파트 한 가구당 6㎡ 크기 기준으로 단지내 상가를 짓기도 했다. 그래서 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상가는 대체적으로 큰 편이다. 당시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10만~140만원 수준인데 비해 상가는 1000만~1500만원이었으니 주택업체들은 너도 나도 상가건설에 열을 올렸다. 이런 분위기는 급기야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사태를 불러와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했다.

상가투자자들도 손해가 컸다. 아파트값은 그동안 10~20배 가량 올랐으나 상가는 분양가 이하인 점포가 수두룩 하다. 지금도 이런 현상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세종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600만~800만원 대인데 반해 상가는 5000만~ 6000만원 수준이다. 이런 경우 수익률 4%만 잡아도 임대료가 비싸져 임대가 잘 안된다. 경기도 성남시 서판교지역의 상가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분양 초기에는 대박이라고 예상했으나 주택단지가 다 조성됐는데도 임대료가 비싸 세가 안나간 곳이 적지 않다.

왜 이런 장황한 옛날 얘기를 꺼내느냐 하면 요즘 전국 일원에 상가 분양 경쟁이 치열해서다. 서울 일부 상가의 경우 프리미엄이 1억원 정도 붙어 거래될 정도로 상가투자 열기가 뜨겁다. 위례·문정·마곡지구의 상가 분양시장에도 열기가 넘쳐난다. 은행 이자가 자꾸 떨어져 새로운 상품을 찾고 있는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노후 보장’ ‘수익률 00%’와 같은 달콤한 광고전단에 눈길이 끌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좀 냉정해져야 한다. 상가를 분양받아 곧바로 웃돈을 붙여 되파는 단타 투자자들이 상가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단타 수요들이 개입되면 상가값은 한없이 부풀려져 투자 수익률은 곤두박질치게 된다.

수익률 계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세종시에서 3.3㎡당 5000만원하는 단지내 상가 66㎡ (전용면적 33㎡ )를 10억원 주고 샀다고 하자. 연간 수익률 4%만 잡아도 한달임대료는 334만원이다. 음식점인 경우 종업원 2명은 둬야 하므로 인건비만 400만원. 여기에 부대비용에다 주인 수입으로 300만원만 넣어도 한달에 순수 비용으로 1100만원 가량 들어간다. 음식점의 원가 대비 마진율을 60%로 간주하면 매달 1840만원의 매상을 올려야 겨우 주인 인건비 정도 건지는 셈이다. 월 25일 영업을 한다 치면 하루 74만원. 이는 7000원 짜리 식사 106그릇을 팔아야 나오는 돈이다.

동네상권에서 가능할까? 물론 업종이나 장사 수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이런 복잡한 셈까지 해보는 이유는 상가라는 게 겉은 그를 듯해도 실속은 별로인 경우가 많아 철저한 검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평생 노후 걱정없는 대박상가를 구할려면 그런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영진 부동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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