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맡기면 한 달 이자 겨우 7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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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이사하면서 5500만원 여윳돈이 생긴 이모(58)씨. 다음해 다시 집을 옮겨야하기 때문에 1년 정도 정기예금에 돈을 넣어놓기로 마음 먹고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5일 은행 창구를 찾았다.

은행 직원이 알려준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1.80%에 불과했다. 1년 동안 5000만원이 넘는 돈을 예금에 묻어둬도 손에 쥐는 이자는 월 7만원 남짓이란 계산이 나왔다. 이씨는 “낮은 금리 때문에 망설였더니 은행 직원이 정부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안전한 상품이라며 펀드를 추천했다. 불안한 마음에 그냥 예금을 들긴 했지만 물가 오르는 거나 세금을 생각하면 ‘쥐꼬리 이자’로 오히려 손해보는 선택이 아니였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를 전후해 예·적금 금리를 내렸던 은행들이 이달 들어 금리를 또 낮추고 있다. 추석 연휴(7~10일)를 앞둔 지난 5일 신한은행은 ‘S드림 정기예금’ 금리를 1년 만기 기준 연 2.15%에서 2.10%로 낮췄다. ‘Green+ 적금’ 금리도 2.70%에서 2.45%로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2.30%였던 ‘키위 정기예금’ 금리를 1일 2.20%로 깎았다. 그날 기업은행 역시 정기예·적금 금리를 0.2~0.3%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1%대 정기예금 금리는 이젠 흔하다. 10일 은행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광주은행 ‘플러스다모아 예금’ 금리는 12개월 만기 연 1.97%고 전북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80%다. 국민은행 ‘KB골든라이프 예금(원리금 지급식)’과 우리은행 ‘두루두루 정기예금’ 금리는 각각 1.80%, 1.85%였다.

 한은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오는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시장 전망은 일단 ‘동결’ 쪽에 쏠려있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증권 등 대부분 증권사가 연 2.25%인 기준금리를 한은이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협회 5일 발표에 따르면 채권시장 전문가 113명 가운데 96.5%도 이달 기준금리 동결에 표를 던졌다. 다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와 가계부채 동향, 국내 경기 흐름을 당분간 지켜본 뒤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지, 아닐 지’ 선택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 4일(현지 시각) 유럽중앙은행(ECB)이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한은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최경환 부총리도 10일 “경제회복세를 확실하게 뒷받침하도록 재정통화정책이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은을 압박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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