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 모조리 수용소격인 「학습소」에 연금|두 왕손은 관리 매수해 뗏목타고 태로탈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세계의 관심에서 잊혀진지 이미 오래된 라오스의 「사방」왕가에 대한 비참한 근황이 최근 왕손2명이 태국으로 탈출함으로써 밝혀졌다.
75년12월 공산주의자들에게 정권을 내주고 폐위된 「사방」왕」(73)과 황태자「봉·사방· 바타나」 황태자비「마니라크」 그리고 일부 왕손과 왕족들은 수도 브양트얀북쪽1백50km 떨어진 브양사이 마을에 있는「학습소」라 불리는 수용소에 연금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산정부는 75년 왕정을 폐지하면서 왕과 왕족들을 학습시킨다는 명목으로 사실상의 감옥생활로 내몰았었다.
지난4일 새벽 칠흑같은 한밤중 태국북동부 국경지대 농카이 마을부근 메콩강에는 뗏목에 매달려 강을 건너는 15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태국국경순시대에 의해 발견된 이들은 곧 농카이로 끌려갔다.
이들중 홍안의 두 소년이 놀랍게도 비운의 라오스왕가 왕손들인「수리봉·봉·사방」(18) 과 「타냐·봉·사방」(17)이었다.
나머지 13명은 옛날 왕실에서 시중들던 사람들.
시종무관이었던 전 라오스 고위장교와 70세의 노파간호원도 끼여있었다.
이들의 탈출은 2명의 왕손이 브양사이 수용소에서 병이 나 브양트얀의 마호소 병원으로 옮긴 7월31일부터 계획되었다. 왕손과 함께 동행한 시종무관은 병원에 도착하자 옛 왕실에 충성을 바치던 사람들과 비밀리에 연락, 탈출계획을 알렸다.
D데이는 4일 새벽. 일부는 브양사이 부근의 국경선인 메콩강가에 바나나 나무로 뗏목을 만들어 숨겨놓았다. 마침 우기여서 그냥 건널수가 없었다.
또 일부는 병윈관리들에게 뇌물공세를 벌였다. 예상외로 쉽게 목적이 이뤄졌다.
3일 한밤중이 되자 왕손과 시종무관, 그리고 노파간호원은 아무도 모르게 병원 뒷문을 빠져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옛 왕실 시종들과 합류, 밤을 틈타 정글을 헤치며 메콩강으로 향했다.
메콩강 국경지대에 도착하자 이들은 발각되지 않도록 뗏목을 붙잡고 강을 헤엄쳤다. 다행히 태국국경순시대에 의해 먼저 발견됐다. 구조된 후 이들은 2년전 라오스를 탈출한 고모 「사비방」공주가 살아 있는 스위스로 정치적 망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왕손들은 모두 정신질환에 걸려 이병을 고치기 위해 브양트얀의 병윈으로 옮겨줄것을 요청한지 2개월만에 허락을 얻어 병윈에 후송되었다고 이들은 밝혔다.
나라잃은 국민과 왕가의 말로가 어떠함을 일깨워준 또 하나의 교훈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