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의학의 공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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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랫동안 의학계의 주요현안문제였던 양·한방의학의 조화가 마침내 현재단계에 접어들게 된 것 같다.
정부는 양·한방의료의 조화를 주요내용으로 한 의료법 개정을 추진중이며, 의료법 개정문제를 다룬 10일의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대충 의료보험의 확대 등 복지국가건설이란 당면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동서의학의 일원화가 바람직하다는 방향으로 원칙적인 의견 접근이 있었다.
한방과학이 미·중공국교정상화 이후 새로운 각도에서 세계적인 주지의 대상이 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신비한 효험을 지닌 동방의학, 특히 침구술이 서방제국의 언론에 의해 심심치않게 화제가 되고있고 인료을 비롯한 한방재의 과핵를 놓고 과학적인 분석과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방의학은 민족 동유의 전통의학으로서 꾸준히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일제의 식민지통치이후 비과학적이라 해서 일반의 외면을 당한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체계적인 발전을 이룩해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양·한방의학을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발상은 한쪽이 다른 한쪽을 흡수 통합하자는 것이 아니고 상호이해를 깊이 함으로써 서로의 장점을 취하면서 공존공형하자는 뜻으로이해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의과대학이 4개에 이르고 매년 4백명 정도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상 이들을 하나의 의사로서 인정치 않아 농어촌지역의 극심한 의료인원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배치 등이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었다.
같은 의료인이면서 이 같은 차별을 해온 법적·제도적 약점을 현실화하자는 것에 말하자면「일원화」용상의 주안점이 있다.
중공의 경우 서의(양의) 35만, 중의(한의) 25만명에, 이른바 맨발의 의사(적각의)가 1백80만명에 이른다.「서의」나「중의」는 물론 정규의료대학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다. 여기에 비해 일본은 영방의학은 정규대학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의료대학졸업생 중 한방에대한 연구를 한 사람이 필요에 따라 한의처방을 하거나 한방의로서 개업하는 것은 중공과 같다.
양·한방의학을 일원화한다고 하지만 거기에 가로 놓여있는 난점은 결코 한둘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서로간의 이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방의학에 대한 인식에 어느 정도의 변화는 있었다해도 아직껏 한의라고 하면 이론적인 근거가 없는, 경험에 바탕을 둔 비과학적인 의술정도로 여기는 의사들이 대부분이다.
의사들은 이러한 인식부터 바꾸고 극복해야 한다. 일원화의 선결조건은 서로의 영역에 대 한 존중과 이해인 것이다.
양의가 수적으로 우세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일원화가 추진되어서는 곤란하다.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학문적인 이해를 넓히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일원화는 순조롭게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보사부가 구상중인 방안은 이미 한방의로서 면허를 가진 사람들의 기득권은 인정하면서 교육과정을 하나로 일원화한다는 구상인 것 같다.
즉 같은 의과과정을 이수하게 한 다음 전문의로서 한방을 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것이다.
우리국민이라면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듯이 한방의학의 심오한 원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을 어떻게 근대화시키느냐가 문제라면 이미 중공이나 일본에서 시행하는 것과 같은 방안은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야만 한방이 안고있는 가장 큰 취약점이기도 한 수술이 없는 외과적 맹점이 극복될 수 있고, 한의사자격취득에 대해 일반이 갖고있던 회의도 없어져 의사로서의 공신력도 지닐수 있게 된다.
국민의 의료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로 보면 앞당길수록 좋지만 그렇다고 당장 시행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시행시기에서 큰 말썽이나 부작용이 없도록 당국의 신중한 선택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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