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탈출』행렬 2백 명 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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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식량배급을 기다리는 줄, 생필품을 사려는 장사진, 항의시위와 기아행진과 파업의 대열-폴란드의 요즘 위기는 끊임없이 이어지는「행렬」들로 나타난다.
세계인이 지켜보고 있는 이런 행렬말고도 폴란드엔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줄이 있다.「출파난」의 대열. 먹을 것 걱정과 소련의 침공 위협을 모두 잊고자 서방국을 향해 조국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이다.
이런 이민, 혹은 자발적 난민의 수는 올 봄에 폴란드 정부가 여권규제를 완화하면서 부쩍 늘었다. 이민 중 많은수가 중립국인 오스트리아로 간다. 바르샤바에서 「쇼팽(Chopin)특급」이란 별명의 열차를 타고 빈에 도착한 뒤 다시 20마일 가량 떨어진 동구난민수용소 트라이스키르헨으로 가 등록해야 한다.
지난 6월 한달 동안 트라이스키르헨에 등록한 폴란드인은 2천6백48명.
2년 전인 79년 같은 달의 1백50명에 비하면 20배에 가까운 숫자다. 7월엔 다시 3천4백 명으로 뛰었다. 요즘엔 하루 2백 명 꼴로 몰려든다.
독신남자들은 수용소안에 있게되고, 가족끼리 온 경우는 민간하숙에 주선된다. 성인 남자들은 2주일에 10달러 식의 용돈을 지급 받고, 빈 구경은 한 달에 한번뿐이다. 비용은 오스트리아정부 전담이다. 이렇게 동구이민들에게 드는 돈이 2년 전엔 1년 내내 70만 달러 정도였는데 올해엔 상반기에만 2백 만 달러(약14억왼)가 넘었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착이다. 대개는 오스트리아나 미국·캐나다 중 한곳에서 살기를 바란다. 미국의회도 최근 이런 추세를 감안해 9월말까지 받아들일 동구쪽 이민쿼터를 4천5백 명에서 6천9백 명으로 50%이상 늘렸다.
바르샤바정부는 이 같은「탈출물결」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이민수를 줄이고 아쉬운 외화도 벌어들이기 위해 국민들이 국외에 나가 일하더라도 폴란드 시민권은 잃지 않는 제도를 강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일부에선 비판적인 사람들의 국외이주를 정부가 은근히 반가와 하고 있다는 비난도 한다.
사실 이민중에는 교육 수준이 높은 지식층과 전문직업인들이 많이 섞여있다.
그러나 대부분 더 나은 생활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주 이유는 한 난민의 말로 요약된다. 『폴란드에선 내일 아침의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곤했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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