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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증권사 미「월」가에 대거 진주|「야촌」등 대형 증권회사들 물밀 듯 밀려 석유 등 자원·소비재 산업 투자에 눈독|레이건의 미 경제재건에 기대 걸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인들이 몰려오고 있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으로 미국시장을 휩쓴 일본인들이 이번에는 주식을 사기 위해 돈 보따리를 들고 달려오고 있다. 미국의 증권가 월 스트리트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일본인의 「우정있는 침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최근까지 자국경제보호와 관련, 엔화의 대외유출을 엄격히 규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외환규제가 완화되자 일본 돈이 물밀듯이 미국의 증권시장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
아직은 미국류입 일본 돈의 금액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자금의 유입이 미일양국의 정치·경제·외교면에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이 강력한 통화규제를 완화한 것은 엔화를 세계 주요통화의 하나로 격상시키고 세계 화폐시장에 일본경제를 노출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일본 돈이 향하고 있는 곳은 주로 미국.
해외투자의 3대 요건으로 꼽히는 정치의 안정·성장 잠재력·유동성 등에서 미국을 따라갈 나라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데라사와·요시오」노무라증권회사 뉴욕지점장).
동경외환시장에선 엔화와 달러화의 교환량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지난 2.4분기의 경우 엔대와 달러의 하루평균 거래량은 작년동기대비 40%나 급증한 11억5천만 달러. 이중 얼마나 되는 돈이 대미투자에 쓰여졌는가는 미지수다.
노무라(야촌)증권 등 일본의 대형증권회사들은 이러한 때를 놓칠세라 미국에 지점을 신설하거나 기존지점을 확장하느라 부산하다.
노무라 증권이 뉴욕에 지점을 낸 것은 지난해 8월. 지금은 직원이 85명으로 불어났고 연말껜 20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노무라 증권의 「데라사와」뉴욕지점장은 일본인으로선 처음으로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회원자격을 28만5천 달러에 매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유수한 회사들이 동경에 사무소를 내고 있으나 활동은 미미한 실정이다.
미국기업들의 일본지점이 아직 동경 증권거래소에서 거래원자격획득을 금지 당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앞으로 그 규모가 얼마나 될 것인가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일본 자금이 계속해서 미국에서 투자대상을 찾을 것으로 H보인다. (후지은행뉴욕지점책임자)
일본의 전문가나 정부관리들은 미국을 「잠자는 거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근 경제를 잘못 운영했으나「레이건」행정부가 들어서 기업재건을 시도, 투자전망이 밝은 것으로 일본에서는 보고있다.
일본인들이 매력을 느끼는 투자대상은 자원부족의 설움에 찌든 탓인지 석유등 자원관련산업이거나 코카콜라·펩시·맥도널드등 인기 있는 소비산업이다.
요즘 일본인들은 해외투자에 달러화의 강세로 약간의 손해를 보고있다.
달러의 강세로 인해 엔대로 사들이는「양」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
일본인들이 이와 같이 해외 투자를 가능케 하는 것은 그들의 높은 저축률.
미국인들이 지난해 평균 5.6%의 저축률을 보인 반면 일본인들은 그 보다 3배나 높은 20%의 저축률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연말 외환통제완화로 일본인들의 해외투자와 외국인들의 대일투자문호는 크게 넓어졌다.
일본정부는 외국에다 공장을 짓는 직접투자를 피하고 외국의 주식을 사들이는 간접투자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일본기업주식의 25%까지만 소유하게 했던 외국인들의 국내투자제한도 완화했다.
그러나 일본의 대장성이나 은행들은 일본인들이 국내기업의 주식을 계속 소유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12월의 외환완화조치는 일본경제의 한 이정표가 됐다.
이를 계기로 엔화는 명실상부한 국제통화로 부상하고 일본경제는 국제경제의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며 일본이 80년대엔 금융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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