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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생각의 역습’] 가능성과 확실성의 가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91호 29면

우리의 뇌는 동일한 확률이라도 이익적 상황이냐, 손실적 상황이냐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한다. 다음을 보자.

A(4만원을 얻을 80% 확률) VS. B(3만원을 얻을 100% 확률)
C(4만원을 잃을 80% 확률) VS. D(3만원을 잃을 100% 확률)

당신은 이익상황인 A와 B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그리고 동일한 확률의 손실상황인 C와 D에서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실험결과 이익적 상황에서 A를 선택한 비율이 20%, B를 선택한 비율은 80%이었다. 하지만 손실적 상황에서 C를 선택한 비율이 92%, D를 선택한 비율은 8%에 불과하여 동일한 확률이지만 이익과 손실상황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즉 사람들은 이익상황에서는 4만원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확실하게 3만원을 얻을 수 있는 안전한 선택을 하였다(AD).

이처럼 사람들은 동일한 확률이라도 이익상황에서는 수중에 넣은 이익을 확실하게 지키기 위해 위험을 회피하는 반면, 손실상황에서는 가만이 앉아서 손실을 맞이하기보다는 기꺼이 위험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동일한 확률적 상황에서 우리의 뇌는 무조건 똑 같은 선택을 할까?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만약 당신이 희귀질환에 걸려 있고 1년 동안 생존할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0%라고 가정해 보자. 어느 제약회사에서 치료약을 개발했는데, 이 치료약을 투입하면 생존 가능성을 3%까지 높일 수 있다. 이를 상황A라 하자. 상황B는 A와 모두 동일하지만, 1년간 생존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50%라는 차이만 있다. 두 가지 상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 생존율을 0%에서 3%로 높이는 치료약
B. 생존율을 50%에서 53%로 높이는 치료약

두 상황 모두 생존의 가능성 기존보다 3%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확실한 죽음이 예견되는 A상황에서 3% 확률은 한 줄기 빛과 같이 다가온다. 반면 B상황은 A에 비해 사소한 차이로 느껴진다. 실제 실험 결과, 사람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생존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A상황에서 휠씬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자 했다. 이를 가능성 효과라 한다. 여기에 상황C를 추가해 보자.

C. 생존율을 97%에서 100%로 높이는 치료약

실험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존율을 50%에서 53%로 높이는 B보다 C상황에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자 했다. 97%가 상당히 높은 확률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3%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새로운 치료약으로 인해 100% 확실한 생존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C상황의 치료약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확실성 효과라 한다.

요약하면 우리의 뇌는 동일한 확률이라도 어중간한 확률대에 있는 경우보다 0% 확률에서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경우(가능성 효과)와 99%의 확률을 확실하게 100%로 보장하는 경우(확실성 효과)에 더욱 높은 가치를 느낀다.

결국 우리의 뇌는 객관적으로 동일한 상황이라도 준거점에 따른 손익방향과 발생확률을 ‘주관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린다. 또한 동일한 확률이라도 발생하는 지점에 따라 우리의 뇌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가치는 매우 다르다. 적어도 우리의 뇌 속에는 ‘절대’를 위한 자리는 없는 듯하다. 인간은 숫자로 선택하지 않는다.

최승호 도모브로더 이사 james@brode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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