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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경제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산넘어 산」이라는 말은 지금 폴란드가 당면한 난국에 잘 들어맞는다.
지난달 20일 막을 내린 통일노동자 임시대회가 동구권에서 유례없이 비밀·자유투표로 제1서기와 중앙위원을 선출할 때만 해도 소련이 과연 그런 엄청난 개혁노선을 용납할 것인가,무력개입으로「바르샤바의 봄」에 된서리를 퍼붓지나 않을까싶어 바깥세계에서는 손에 땀을 쥐고 사태의 진전을 지켜봤다.
그러나 소련의 개입을 누구보다도 경계한 것은 폴란드 국민들이요, 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 자유노조운동의 지도자들이었다.
결국 직선으로 제1서기에 재선된「카니아」는「야루젤스키」수상과 함께 자유노조중심의 개혁파와 친소보수파로 균형잡힌 거국일치형의 새체제롤 발촉시키고 일단 소련의 「승인」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소련개인의 위기를 넘긴「카니아」신체제는 파탄직전의 경제라는 또 하나의 위기를 맞았다.
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동안에 벌써 대회장 앞에서는 『먹을 것을 달라』는 데모가 일어나고 있었다.
「식량데모」는 폴란드의 여러 도시로 확산되고, 자유노조의 바르샤바지부는 오는 5일 산하 90만 노동자들이 경고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반소·반사회주의라는 인상을 소련에 주지않으면서 일반 당원들의 불만흡수에 성공한 「카니아」에게 식량위기는 소련의 개입 위협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심각한 사태인 것이라고 이나라에서는 식육·버터·설탕·곡물이 배급제로 되어있고, 비누·샴푸·담배같은 생활필수품이 상점에서 자취를 감추어 암거래가격은 3배에서 5배정도 폭등했다.
이런 경제위기는 「기에레크」체제하의 70년대 후반, 과대한 중공업투자로 국민생활의 기초가 되는 농업·식료품 부문이 경제정책의 뒷전으로 밀리고 대서방상무가 2백70억 달러로늘어난 결과다.
금년중에 반제기한이 차는 외채만해도 50억달러나 되어 식량이나 육류, 그밖의 생활필수품을 수입하여 급한 불을 끄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지금 「카니아」 체제가 해결해야하는 가장 큰 문제는 오히려 육류배급조를 줄이고 식료품가격을 올리는 일이다.
식료품은·농민들로부터 정부가 사들여 산값보다 싸게 소비자에게 파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정부의 수매가격이 너무 싼탓에 농민들의 생산의욕이 떨어지고, 수매가격을 올리면 소비자에 대한 소비가격이 오르지 않을수 없게되어 저소득층이 무거운 압박을 받는다.
이렇게해서 식품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가격보조금은 국가예산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고물카」체제나 「기에레크」 체제가 무너진 것도 결국은「먹는 문제」의 해결에 실패한 결과다.
「야루젤스키」수상은 당대회의 경제보고에서 식료품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석탄·동의 생산과 수출증대를 위한 국민들의 협력을 호소했다. 그의 말을 해석하면 식료품가격인상으로 농업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이고 수출증대로 외환위기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재건을 하자는 참으로 어려운 주문이다.
「카니아」체제의 중·장기 경제정책의 노선은 유고슬라비아와 헝가리방식을 따라 시장기능을 도입하여 생산의욕을 늘리고 정부보조를 줄이며, 의사결정권을 하부(지방)로 이양하는 개혁일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의 안정없이 서구의 안정없다는 말에 서가도 공감한다. 그런의미에서도 폴란드사제의 재생은 폴란드나 동구뿐 아니라 서방세계에도 중요하고 동서간의 정치·군사관계에도 중요하다. 채권국들이 폴란드의 상무지불연기요청에 선선히 응한동기를 알만하다.
그러나 구·미·일 선진국들이 오타와 정상회담에서 잠깐 거론된대로 더욱 적극적으로 동서협조에 의한 폴란드 원조방안을 검토, 실현하면 동서관계를 악화시킬 시한폭탄 하나를 제거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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