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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간첩의 적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괴의 고정간첩 7명이 또 검거됐다. 이번의 박동운일당은 전남 진도를 거점으로 24년이 넘게 암약했었다.
이들은 동란당시 월북한 아버지 박영준이 6회에 걸쳐 고향에 침투, 조직한 간첩망으로 친목계등을 통한 지하조직을 확대하고 있었다고 한다.
요즘 북괴는 유달리 고정간첩의 활동을 격화시키고 있는 것같다. 지난1월과 4월에 이어 벌써 세차례나 같은 유형의 간첩단이 적발된 것이다.
50년대말까지도 미정보기관은 남한에 약2천명의 고정간첩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있었으며 우리의 경제성장에 따라 그들이 필요로하는 정보의 양이 더욱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보다많은 고정간첩이 잠복하고 있을 것이 트림없다.
이처럼 휴전후 28년이 지났어도 하루도 끊임없는 간첩침투를 보면서 우리는 다시금 주위를 되돌아보게 된다. 한예로 이 기간동안 그들이 육상으로 침투시킨 무장간첩만 해도 9천1백여명에 이르러 사살 또는 검거된 숫자가 6천여명, 2개연대 병력과 맞먹는다.
해상침투, 해외로부터의 우회침투, 이번에 검거된 것과 같은 고정간첩, 포섭된 간첩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한 숫자에 이를 것이다. 그들의 대남공작이 얼마나 악랄하고 끈질긴가 짐작이 된다.
더우기 이것이 일단 유사시의 대남침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들의 흉계인것에 상도할 때 전율을 금할수 없다.
북괴의 집요성은 주변정세의 변화에도 일체 아랑곳 하지않는 일관된 대남전략에도 반영돼 있다.
미국과 중공의 관계가 준군사동맹으로까지 발전되고 있어 소련·중공·북괴사이의 이른바 북방삼각관계는 지금 미묘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중공과 소련은 자기들 사이에는 분열을 일으키면서도 대북괴관계는 제각기 우호를 다짐하고 있는 상황은 예전과 다름없다. 그러나 최근 중공이 미국의 군사기술을 제공받아 대소견제를 적극화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북괴의 입장을 미묘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의도하는 결정적 시기의 대남적화가 과연 가능하다고 북괴는 판단하는 것일까.
사졍이 이런데도 그들이 계속 간첩을 남파시키며 대남도발을 준비하는 것은 하나의 망상이며 낭비일뿐이라는 것을 그들은 왜 깨닫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남북대화문제에 이르러선 그들의 선전과 행동이 정반대라는 종전의 유형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못하고 있다.
그들도 말로는 사상과 제도를 초월하자고 한다. 이 말은 우리가 이미 명백히 했다시피 남북의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 「차리」가 초래하는 「장벽」을 초월하자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왜 남의 체제를 양지하고 교란할 목적의 간첩활동을 격화시키는지, 그야말로 자가당착이다. 『우리는 간첩을 보내지 않았다. 남쪽에서 조작한 것』이라는 상투적인 언변은 이제 일고의 가치도 없다.
이제 부질없는 일은 그칠 때가 됐다. 민족적 양심과 책무가, 세계정세의 변화가 한반도의 새로운 분위기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나라의 통일은 민족의 자주적인 힘으로 이룩하자고 남북이 합의한바 있으니 최고책임자끼리 만나 이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볼 때가 됐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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