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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앓는 「대처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영국경제가 불황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인플레를 잡기위해 금융긴축을 강행하자 실업자가 늘고 경기가 후퇴하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처의 실정」으로 지적되는 「대처」정부의 통화 및 재정정책의 실상은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위해 통화긴축정책을 쓰면서 한편으로는 정부지출을 확대하면 높은 실업률과 함께 경기는 침체에 빠지고만다.
사실 통화긴축정책과 함께 정부지출을 늘린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억제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영국의 「대처」정부와 미국의 「레이건」행정부는 다같이 「프리드먼」교수의 화페이론을 도입했다.
두사람 모두 「프리드먼」이론의 충실한 신봉자인 셈이다.
인플레이션이란 「화폐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현상」이며 화폐공급을 줄여가면 인플레이션율도 그에따라 점차 낮아진다는 이론이다.
점진주의를 좋아하는 「프리드먼」교수는 현재 영국경제가 처한 경기침체현상이 당초 그가 자문했을 때보다 심각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는 특히 정부지출을 대폭 삭감한뒤 통화공급량을 서서히 늘려갔더라면 지금의 경기침체 보다는 덜 심각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프리드먼」교수의 점진주의에 대해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의 유수한 통화이론가인 「토머스·사전트」는 점진주의가 언젠가는 정반대의 정책으로 뒤바뀔수도 있다는 기대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재정적자가 앞으로 흑자로 돌아설 확실한 전망이 없을경우 조만간 통화억제 정책은 재정적자를 메우기위해 포기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주장한다.
장래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은 봉급생활자나 채권자·채무자 모두에게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몰아간다. 「레이건」, 「대처」 모두가 통화긴축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억제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적자재정이 언제 다시 균형을 이루고 「자연적」으로 흑자로 돌아설 것인가에 대한 민간경제의 의구심을 풀어주지는 못하고있다.
「레이건」대통령은 취임후 각종 세금을 대폭 삭감하고있는 대신 국방비지출은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이와같이 인플레이션을 촉진시킬수도 있는 재정확장에 상응하여 사회보장 지출을 삭감할수 있다는 정부의 의지를 민간경제계에 이해시키는데 실패했다.
영국의 경험에 비추어봐서 통화긴축정책하에서의 재정적자는 민간부문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게된다.
일자리가 줄고 생산량이 감소하는등 민간경제는 불필요하고 값비싼 댓가를 치르게된다.
공장을 새로 짓고 기계설비를 대체하는등의 신규투자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키기위한 통화긴축인데도 이렇게 엄청난 희생이 뒤따른다.
전통적인 케인즈학파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생산및 고용의 감소는 물가와 임금이 계속해서 큰폭으로 오르고 있을때 통화긴축을 실시하여 총수요가 줄어든 때문이라고 보고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하이에크」교수는 과도한 정부지출, 통화증대와함께 인플레를 일으키는 과도한 임금조정을 억제하려면 영국노조의 힘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믿고있다.
「하이에크」는 최근 『사람들은 20%이상의 실업률은 6개월간 견딜것이나 10%의 실업률을 3년간 견디기는 어려울것』이라고 말한적이 있다. 그러나 영국에선 실업률이 10%를 넘어선지 몇달도 안돼 「거리의 폭동」이 일어나고 말았다.
어떤 종류의 인플레든 그것을 억제하려면 임금상승률을 생산성증가율과 일치시켜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처방을 쓰기를 꺼리고 정치인들도 탐탁치않게 생각한다.
인플레억제정책에 따른 경기침체와 실업을 막으려면 기업과 노조로 하여금 임금·물가인상을 실질생산성증대속도에 일치시키는 소득정책을 써야한다. 그러나 「대처」도 「레이건」도 소득정책에는 관심이 없다. 그것이 그들의 시장자유원칙과 배치될수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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