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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에 달한 유럽의 여성운동|촬즈 황태자-다이애너 결혼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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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런던AFP=연합】점차 그 열기가 식어가고 있는 미국의 여성운동과는 달리 금년여름 유럽의 여성운동은 절정에 이르고있다.
가장 두드러진 예 하나는 오는29일 성바오로 성당에서「촬즈」영국황태자와 결혼하게될 「다이애너·스펜서」양이 영 왕실신부로서는 처음으로 그녀의 남편에게 무조건의 복종을 서약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이다.
「스펜서」양은 또 공식석상에서 그녀의 남편에게『서』라는 경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왕실의 다른 부인들과는 달리 남편보다 한두 걸음 뒤떨어져서 걸어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스펜서」양의 이같은 결정은 영국 여성운동가들에게 뜻밖의 선물로 받아 들여지고있다.
영국에서는 또 결혼문제를 다루는 결혼성의 설치와 여성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플리트스트리트에 있는 엘비노 술집에 여성들도 드나들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요구가 점증하고 있다. 특히 결혼성의 설치는 아동복지연구가와 여성운동가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콘서베이티브」변호사협회 보고에 따르면 현재 영국엔 이혼으로 인한 결손가정이 1백만 이상이 되고 대부분이 어머니이긴 하지만 한쪽부모에게 양육되고 있는 어린이가 1백25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영 국립아동국 국장「미아·프링글」박사는 최근 아이를 갖기로 결정한 부부들에게는 보다 엄격한 결혼계약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즉 아이 없이 결혼생활을 하려는 경우는 보다 자유로운 계약을 하게 되고 아이를 갖기로 한 부부에게는 가족들의 부양문제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 10년 내지 15년은 의무적으로 결혼생활을 하게끔 해야한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여성들은 남성들에 의해 사무실에서 성적인 학대를 받고있는 직장 여성들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련의 유엔조사에 의하면 유엔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성 중 4명에 1명 꼴로 직장남성들로부터 승진이나 보다 나은 조건의 일자리를 채용해 주는 댓가로 성적인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해방운동가들은 또 남성들이 가장 달가와 하지 않는 동일임금 특히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의 여성 해방운동은 지난 75년 유엔에 정한 세계여성의 해를 계기로 커다란 진전을 보였다. 각국 정부들은 강간, 버림받은 부인, 성차별, 낙태, 이혼 등에 관한 비등하는 여론에 못이겨 무언가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이탈리아는 금년5월 강력한 카톨릭 교회와 교황「요한·바오로」2세의 적극적인 반대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에 의해 낙태법을 통과시켰고 다음달 6월엔 l939년이래 이혼이 불법화되어있던 스페인에서도 현대적인 이혼법이 통과되었다.
또 금년초 덴마크에서는 처녀시절의 이름을 결혼 후에도 사용할 수 있게끔 법적인 조치가 취해졌고 금년 봄 스위스정부는 여성들의 권익에 관한 시민법을 개정, 부인들이 남편의 허가 없이도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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