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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버·다이버 이규희양|"바다는 깊은 곳일수록 아름다워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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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바닷물이 맑기로는 울릉도가 으뜸이예요. 수심 몇10m가 되는 곳에서도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여요. 바닷 속이 화려하기로는 제주도 근해를 따를 곳이 드물지요. 동해의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한 풍경이 제주도 근해 바닷 속에서 펼쳐진답니다. 서해안은 물이 맑지 않아 스쿠버다이빙의 재미가 없지만 남쪽에 있는 홍도 정도라면 그곳대로의 특색이 있어 자주 갑니다.』
1년의 거의 3분의1에 해당하는 날을 바다에서 보내는 스쿠버다이버 이규희양(23)은 부모들에게서『바다에 미친 딸』이라는 일종의 체념 섞인 이야기를 듣는다고 했다.
이양이 바다에 가는 단 하나의 이유는『바다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3남2녀의 막내인 이양은 77년 영등포여상을 졸업하고 그냥 집에서 놀며 등산을 취미로 삼고 있었다. 원래 유별난데 호기심이 많았다는 이양은 그때 함께 다니던 등산객의 권유로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업경영자로 비교적 부유한 이양의 부친은 이를 반대하면서도 스쿠버장비를 마련해 주었다.
78년 당시 한국잠수협회에서 실시하는 스쿠버다이빙 강습에는 여성이 이양을 포함해 2명이었다.
현재 여성 스쿠버다이버는 40여명을 헤아리지만(대학생 제외) 3년 전만 해도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여성은 극히 드물었다. 2주일간의 교육을 끝내고 바다로 향할 때 이양은 탤리비전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바닷속 광경을 막연히 그리고 있었으나 막상 바닷 속에 잠수해 들어가며 전혀 별난 기분을 맛보았다고 한다.
바닷 속의 신비와 아름다움은 이야기나 영화로 표현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양이 처음 구경한 바다는 강릉 경포대의 실리바위주변. 초여름의 더위도 식힐 겸 풍덩 뛰어든 바닷 속은 환상적인 아름다음은 말할 것도 없고 우선 태고에 가까운 정적이 이양의 기분을 푸근하게 감싸주었다.
경이롭다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그 순간이었다고 이양은 표현한다. 이양이 스쿠버다이빙 광이 된 것은 바로 그때의 감격 때문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후 지금까지 한달에 2∼3번씩 바다를 찾고 있는 이양은 한국잠수협회에서도 그 관록을 인정해주고 있다. 때문에 어지간한 잠수클럽에서는 바다에 밝은 이양과 동맹하기를 좋아한다.
며칠 전까지도 이양은 제주도에서 1주일, 울릉도에서 8일, 안면도에서 2일, 동해에서 4일씩으로 동호인들과 어울려 바다 순례를 하고 돌아왔다. 이같은 바다 밑 순례로 이양이 가보지 않은 우리나라 바다가 거의 없을 정도.
『바닷 속은 깊이 들어갈수록 수압을 견디기가 어려워져요. 까딱하다 지상의 압력의 배가 늘어나는데 자칫하면 고막이 터지기도 하고 코피가 나기도 합니다. 물론 불의의 사고 같은 것도 감수할 자신이 있어야 해요. 더위 같은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지요. 바닷 속에선 추위에 떨어야 하니까요. 깊은 바닷 속일수록 위험이 따르지만 깊은 곳일수록 더욱 아름다와 스쿠버다이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래로만 내려가게 된다는 이양의 설명이다. 공기탱크를 매지 않고 잠수하는(스킨다이빙) 해녀들의 경우 수심 5m내외에서 작업하지만 스쿠버다이버는 30m이하까지도 내려간다. 이양의 경우 수심20m까지 내려간다고.
바닷 속을 다니다보니 바다공해가 그렇게 안타까울 수 없다는 이양의 의견. 자연보호를 위해 바닷 속 쓰레기 치우기 작업도 여러번 했다. 특히 울릉도의 도동 앞바다는 줍기에도 겁이 날 정도로 바다 밑에 쓰레기가 덕지덕지 앉아있다고 전해준다. 바닷 속은 빛의 굴절현상으로 물채가 배의 크기로 보인다.
때문에 바다 밑에서 고무장갑을 보고 겁이 나 도망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면서 바다의 공해를 이양은 은근히 걱정하고 있다.
『결혼요? 글쎄, 부모님도 그 때문에 무척. 안타까우신가봐요. 하지만 그런 것은 생각해보고 싶지도 않아요.』
부모의 뜻을 사뭇 거스르고 있지만 이양은 자신의 취미생활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부모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한다.
그 보답으로 이양은 바닷속 식물의 채집과 우리나라 근해 해중의 사진을 모아 귀중한 자료로 부모님에게 바치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이양이 채집한 산호나 바닷 속의 진기한 식물은 방 하나를 가득 메우고 있다.
전공으로 택해 연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때가 되면 조촐한 전시회라도 마련하여 일반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앞으로 세계의 바다 밑을 인어처럼 돌아가며 구경해 보고 싶은 것이 이양의 소망이다. <김징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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