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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고 쓰고 말도 해야하는데...|영어교육개선의 바람직한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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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고교 영어교육방법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문교부는 15일 전두환대통령의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될수 있도록 어학교육방법을 고쳐야할것』이란 지적에 따라 영어교수법 전공학자와 일선고교 영어교사회의를 소집, 현행 영어교육방법에 대한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혁의 방향을 논의했다. 현행영어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회화교육은 어느정도로 강조돼야하며 영어조기교육을 해야하는가. 한국교육개발원 외국어교육연구실장 이희숙씨와 서울고영어과 주임교사 서광수씨의 대담을 들어본다.
▲서광수=국제어인 영어의 자유로운 구사는 해외진출의 필수조건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고교를 졸업하고, 또 대학을 수료하고도 외국인과 마음대로 의사소통을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인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는 우리의 영어교육이 책을 통한독해력 위주로만 실시돼온 결과라고 볼 수 있읍니다.
▲이희숙=현행 중·고교의 영어교욱이 독해력과 작문위주로만 운영되고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회화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마치 영어교육자체가 회화중심으로만 돼야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에는 의견을 달리합니다.
회화능력은 오히려 독해력을 바탕으로해야 논리적인 표현능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현실적 교실여건에서는 독해력과 문법·작문등을 외면해서는 안될것입니다.
▲서-학급규모가 20명정도면 회화훈련도 충분히 할수 있겠지만 60∼70명의 학생을 상대로 말하기교육은 주고 매우 어렵습니다. 간단한한마디를 추주고받더라도 60명을 거?쨉Ⅴ?1시간으로 모자랍니다.
더구나 실력차가 심한 이질집단으로 구성된 중· 고교 교실에서 의화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심지어는 책을 보고 읽지도 못하는 학생이 있는데 이런 학생들에게 말로만 하는 수업이제대로 되겠읍니까.
우수교사확보도 문제입니다. 영어를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수업을 진행할 수있는 인력을 중·고교에서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정보를 얻기만하는 단계에서는 읽기·쓰기만으로도 충분했으나 개방체체에 의한 국제화시대에는 정보를 주기도 해야하기때문에 회화능력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현실의 교실여건도 그렇지만 중등교육을 받은 전국민이 다 영어회화를 해야할 필요가 있는지는의문입니다.
오히려 부실한 교육여건에서 회화교육만 강조하다가 독해력조차 소홀히 할 경우 작문연구나 고급정보에 접할 기회가 없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처음 영어를 시작하는 중학교1학년때는 회화중심으로 하고, 2∼3학년부터는 독해력과 화화를 병행하되 고교과정에서는 오히려 독해력위주로 하는것이 현실적오로는 효과적인 교육이라고 봅니다.
▲서=독해력이나 작문력등을 희생하지 않고 회화능력을 기르려면 교육여건의 획기적 개선이 따라야 할것입니다.
▲이=그렇습니다. 우선 교과서를 회화중심교과서와 독해력중심교과서로 나뉘야할 것입니다. 현행교과서에서 회화부문이 포함되어 있긴하지만 비중이 너무 작아 자연히 수업시간에는 무시되는것 같습니다.
▲서=직집중적인 훈련은 교사에게도필요합니다. 현재 연간40명의 교사를 해외연수시키고있는데 이를 훨씬더 늘려야합니다. 각학교에 영어생활관을 두는 것도 좋지만 시·도단위로 대규모 공동시실을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볼만합니다.
▲이=그런 기관을 만들 경우 영어교육에 관한 정보센터로도 활용할수 있겠습니다. 예컨대 녹음테이프나 새로운 교수방법에 관한 논문등을비치, 공동오로 이용할수도 있겠죠.
▲서=무엇보다도 고교에서는 대학입학학력고사 성적에 회화능력이 반영될수 있으면 효과적일 것입니다.
눈앞의 최대목표가 대학입학이기때문에 학력고사에 이를 반영한다면 엄청난 동기유발이 될 것은 틀림없읍니다.
▲이=그렇습니다.사실 중·고교단계에서는 회화를 잘 해도 생활에 활용하거나 보상받을 기회가 없기때문에 학생들이 학습동기를 거의 갖지않는것 같습니다.
회화는 한마디 못하고도 대학입학시험에서 영어과목에 만정을 받을수있는것이 현행 시험제도입니다.
◆서=완전한 회화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민학교단계에서의 조기교육도 필요한것 같습니다. 예컨대 노래와 놀이를 통한 지도라든지.
▲이=저는 국민학교에서의 영어교육에 찬성할수 없습니다. 당장은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우선교사가 없고 교실여건이 회화교육울할수 없는 형편입니다.
국민학교단계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쳐야할 필요성도 없다고 봅니다. 흔히 조기교육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모방력과 적옹력이 유연한 유년기를 지나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외국어를 그나라 사람같이 하지못한다고 하지만, 중학단계에서 바른 발음의 습관화는 얼마든지 ?柰?같습니다.
현행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위해서도 새로운 세목을 신설할 만큼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또 다른 재원을 마련, 교사를 양성하고 시설을 갖출 필요도 없으려니와 그만한 재원이 있다면 중·고교영어교육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물론 현실적으로 영어교육을 국민학교에서 본격적오로 실시하기는어렵고, 또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자칫 외국지향의 어린이를 길러낼 우려도 있어 신중을 기해야할 것으로봅니다.
그러나 특별활동시간등에 외국동요를 원어로 녹음한 테이프로 들으면서 노래하고 유회동작을 해보는 정도의 교육은 무방하다고 봅니다.
싱가포르·말레이지아·필리핀·인도네시아등은 물론 영어가 생활어이기때문이기는 하지만 국민학교때부터 교육하고있고, 그때문에 경제등 여러가지면에서 이득도 얻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어릴때부터 교육을 하게되면안하는 것보다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틀림없지만 중·고교 교육의 여건을 개선하고 충실히 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일본이나 자유중국·태국등이 모두우리와 마찬가지로 중학교때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하고 있지만 큰 문제가 없는것 같습니다.
문제는 중·고교에서 얼마만큼 읽기·쓰기·듣기·말하기능력을 골고루신장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급규모의 적정화, 교사의 부단한 재교육, 교구·교재확보등 선결과제가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지않은채 생활영어만 강조하는 영어교육은 오히려 알맹이 없는 흉내교육이 될 우려가 큽니다.
오히려 읽기·쓰기만이라도 완벽하게 되면 그 다음 필요할 때 3개월정도의 집중훈련으로 회화를 할 수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실험결과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회화교육은 읽기·쓰기교육보다 어려운 것이 우리의 교육여건임을 감안, 얻을수 있는 것까지 놓??일은 없어야 하겠읍니다.
▲서=그렇습니다. 그같은 교실여건개선과 함께 영어만으로 생활하면서 집중훈련을 받을수있는 타운식의 수련원 설치라든지 회화능력을 인정받을수 있도록 각종 시험에서의 평가운영방법도 개선돼야겠읍니다.<기록=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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