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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제가와 치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가정생활, 이웃이나 친우에 대한 원만한 관계가 공무원들의 승진과 보직에까지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되었다.
정부가 공무원의 승등 평점에 청렴도를 반영키로한 개정국가공무원법에 마라 마련한 「공무원인성처리지침」은 가정생활의 원만도·이성관계의 복잡성외에 금전관계·청탁의 빈도등 9가지 기준이 들어있다고 공무원들의 「사생활」을 승진이나 보직등 인사에 반영키로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건국이래 처음으로 시도되는 제도로서, 사정협의회의 월례화, 공무원윤리상령, 청백리상의 제정등과연관지어 볼때 새정부가 지향하는 공직자상이 무엇인가를 실감케한다.
공무원도 사람인이상 금전의 유혹을 물리치기 어렵고 이성관계가 매로는 복잡해질수도 있다. 사생활을 보장받는다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정당한권리이기도 하지만 공무원에 대해서만은 그것이 보다 깨끗하고 잡음이 일지 않기를 바라는것은 공무원들이 막중한 공권력행사의 핵심이며, 따라서남다른 사명감과 함께 책임의식을 지녀야하기 때문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란 논어의 말도 있지만 현대의 공무원들에게 요구되는 것역시 우선 자기의 주변부터깨끗이 해야하는 일이다. 이성관계가 복잡하다든지 가정생활이 원만치못하면 아무래도 공직수행에 차질이 오고 그로인해 의부로부터의 여러가지 유혹에 저항하기 어렵다는 것은 길게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과거의 경우를 보면 분정쇄신등 올바른 공무원상의 정립을 위한 갖가지 구호가 고창되었지만 그 근원을이루는 사생활에 대해서는 홀대했던게 사실이었다. 특히 이성관계에 대해서는 그것이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든 원천적원인의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중심의 동양적인사고방식 탓인지 웬만하면 눈감아주는 형편이었다.
공무원의 청렴도측정에 있어 사생활문제를 주요기준으로 삼은것은 그런 뜻에서 획기적이며 새시대의 지표라는 정에서도 시사하는바가 많다. 모처럼 마련된 이제도는 제도자체만으로 공무원들의 기상을 확립하는데는 물론이고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고고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
다만 제도의 운용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할 정이 적잖이 있다는것을 지적해 둔다.
공무원의 「사생활」 을 비롯해서 사치성·사행성등을 인성기준으로 삼는다지만 가령 가정생활이 복잡하다고할 때 그기준은, 어디에다 두어야할 것인지, 또는 사생활의 비밀이 외부에 누설되어 개인의 명예가 입는 손상을 막기위해 어떤 장치를할 것인지많은 문제점이 뒤따를 것이다.
우리나라엔 오래전부터 터무니없는 모략·중상이 성행했던 것은 누구나익히 알고 있다. 이제도의 문제점으로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모략·궁상의 풍토를 조상해서 공무원들의사기를 위축시키는 결과는 빚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터무니없는 투서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제재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이것만으로는 중상의 풍조를 단절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우기 당자끼리가 아니고는 누구도 알기가 어려운 사생활을 무고 갖가지 중상행위가 횡행할 가능성은 높다. 공직사회란 명예를 중시하는 사회며, 또 그렇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에 터무니없는 투서한장으로 어떤 공무원이 손상을 입었을 경우 승진이나 보직에서 탈락한 억울함은 차치하고라도 일생동안 따라다닐 불명예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원칙적으로 좋은 제도라해도 그 봉용에서 묘를 살리지 못하면 긍정적효과는 구하기 어렵다. 이 제도의 시행에 각별히 신중을 당부하는 까닭이 여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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