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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조차기간 16년 뒤 끝나면 홍콩의 운명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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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홍콩의 신계지구(1899년 조약)는 1997년 6월말로써 중공과의 조차기한이 끝난다. 16년 후의 먼 훗날의 일 같긴 하지만 1, 2년 안에. 이 문제가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홍콩의 경제적 번영을 지탱하고 있는 외국자본이 모두 철수, 조차기한이 끝나기도 전에 홍콩이 침몰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에 지금 홍콩에선 이 문제가 큰 화제다.
국제금융기관의 중기론의 기한은 15년이 보통. 만약 97년의 15년 전에 해당하는 내년 말까지 중공이 태도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국제금융기관은 홍콩에의 융자를 삼갈 것이 틀림없다. 그렇게되면 공항건설은 물론 크고 각은 각종 투자가 영향을 받게되고 현재까지 떼지어 몰려들었던 아시아 화교의 자금, 중동의 오일달러는 일제히 도망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금 홍콩의 사업가들이 중공이 홍콩의 장래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어떤 형태로든 보장을 해줄 것을 애타게 바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홍콩은 지금까지 중공의 달러박스였다. 홍콩은 작년에 중공으로부터 40억 달러 어치를 수입했는데 이는 중공외화수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것.
이밖에도 화교들의 중공 내 친지들에 대한 송금, 홍콩주재 중공계 기업의 수익도 무시할 수 없다. 홍콩은 중공의 입장에서 보면 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그래서 중공이 홍콩에 손댈 리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 많은 낙관론자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홍콩의 경제적 가치가 없어져버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미 홍콩경제의「1983년 위기설」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의 정책, 특히 고 토지가격정책은 이 같은 홍콩의 의구심을 충동질하고 있다. 홍콩의 토지는「엘리자베드」여왕의 소유물. 따라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홍콩의 땅값이 급등하고 있다. 홍콩정청의 작년 토지 대여료 수입은 1백억 홍콩달러. 이는 79년의 28억 홍콩달러에 비해 30%이상 증가한 것이며 올해는 다시 그 대여료수입이 1백50억 홍콩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대여료수입은 홍콩정청 전 수입의 3분의 1에 이르는 것인데 최근의 임대료인상으로 홍콩정청의 재정은 80년이 93억 홍콩달러 흑자, 그리고 누적흑자는 1백50억 홍콩달러에 달하고 있다.
홍콩에 만일의 사태가 일어나면 이 방대한 돈은 영본국의 것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영국의 토지정책은 중공이 홍콩을 회수해도 영국은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속셈의 발로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한편 영국하원에서는 이미 통과되어 상원에서 현재 심의중인 영국의 신국적법도 홍콩주민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영국국적법에 따르면 홍콩에서 출생한자는 무조건 영국적을 취득했다. 그러나 새 국적법에서는 영국인을 ⓛ순수한 영국인(영국공민) ②영 식민지의 영국인(영국 속지공민) ③과거 식민지의 주민(영국해외공민)으로 분류하고 있다.
홍콩주민 5백10만명 중 약 2백60만 명이 영국국적을 갖고있는 중국인이지만 새 국적법이 발효되면 이들은 모두 영국속지공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새 국적법은 순수한 영국인이 아니면 영국본토에의 자유로운 이주를 금지하고있다. 중공이 홍콩을 회수할 경우 홍콩인이 영국본토에 이주해 올 것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뜻이다.
그렇다고 영국이 홍콩의 현상유지를 바라고 있지 않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미 영국과 중공간에는 1997년6월말 이후의 홍콩의 지위에 관한 비밀교섭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그렇다면 1997년6월말 이후의 홍콩은 어떻게 될까. 이 문제를 다룬 뉴욕타임즈의 전 홍콩특파원「이언·스튜어드」가 쓴『표적은 배경』이라는 미래소절은 매우 흥미를 끈다.
소설은 홍콩의 파국을 막기 위해 매년 막대한 돈을 중공에 지불, 그 댓가로 홍콩의 현상을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처럼 홍콩의 현상유지를 돈으로 해결하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결코 적지 않다. 홍콩대학의「해리스」교수는『중공이 영국에「관리료」를 지불하면서 계속해서 홍콩의 통치를 위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극심한 외화부족에 허덕이고있는 중공이 돈까지 내가면서 홍콩의 현상을 유지하리라고는 의문시되지만「해리스」교수는 ①중공이 홍콩을 인수하되 행정사무는 영국에 맡기든가 그렇지 않으면 ②중공이 UN등의 제3자에게 통치를 의뢰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술가 정우석 씨는『홍콩특별구화 구상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반론한다. 중공은 홍콩과 가까운 복건성 및 광동성에 경제자주대권을 대폭 할애, 이 두 성을「특별구」화하고 있는데 홍콩도 이처럼 특별구로 하는 구상이 가장 유력하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당분간은 영국이 홍콩을 관리한다』는 전제다.
중공의 태도는 아직 확실치 않다.
등소평은 지난 4월『홍콩의 자본가는 안심해 주기 바란다. 그 이익은 지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곧 홍콩의 현상유지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엇인가 미흡하다.
부수상 이선념은 지난 4월『중공은 아직 호콩문제에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공개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는데 홍콩에선 이 발언을 더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있다.
홍콩의 유력영문주간지 파이스턴 이커노빅리뷰는『중공은 늦어도 83년까지 홍콩의 장래에 대해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 보도한바 있다.
영구조차된 홍콩섬(1842년 남경조약)과 구룡반도(1860년 북경조약)도시 한이 없어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중공이 신계지구의 반환 시기에 이 문제도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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