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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땅값이 너무 비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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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집없는 사람은 많지만 집은 안 팔리고 있다. 정부에선 고육지책으로 부동산투기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집이 잘 팔리기엔 집값이 너무 올랐다. 집없는 사람은 구매력이 없어 집을 살 수 없고 그렇다고 원가가 비싸게 먹혔으니 싸게 팔 수는 없고…악순환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집 값을 싸게 할 수 있는 방도는 없는가. 집에 관한 모든 것을 종합 분석한다. <편집자 주>
우리 나라 집 값이 비싼 제일 큰 이유는 택지 값이 비싸다는데 있다.
집 값 중 택지 값의 비중은 한국이 50∼65%쯤 되는데 비해 미국과 영국 등 유럽은 10∼20%, 일본은 40∼60%쯤 된다.
비교적 싼 땅을 골라 공공아파트를 짓고있는 주택공사의 예를 봐도 택지값의 집값에 대한 비중은 자꾸 높아지고 있다.
주공아파트의 경우 분양 가격에서 땅 값이 차지하고있는 비중은 74년의 9%에서 80년에는 21%로 뛰었다. 필요한 땅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데다 아파트의 층수가 자꾸 높아지는데도 택지 값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택지는 총1천7백평방km로 전국토면적 9만8천9백평방km의 1.7%밖에 안 된다(1평방km는 약30만평).
인구에 비해 가뜩이나 좁은 국토, 그 국토의 1.7%밖에 택지로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니 택지값이 뛸 수밖에 없다.
75년을 기준으로 80년까지 5년간 도매물가는 년평균 18.1%(소비자물가17.48%)오른데 비해 대도시 지역의 땅 값은 37.15%(서울40.65%) 오른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동안 땅값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쯤되는 셈이다.
그러나 부동산경기가 얼어붙었던 80년. 한햇동안은 도매물가가 44.2%(소비자 34.6%)오른데 비해 대도시의 땅 값은 17.02% (서울13.42%) 가 올라 오히려 땅 값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전에 땅 값이 너무 높이 올라있기 때문에 비중은 여전히 높다. 집 값에 대한 택지 값의 비중을 낮추려면 이미 개발된 택지 값의 상승세를 둔화시키고 새로 싼 택지를 많이 개발해야한다.
정부는 올부터 95년까지 15년 동안 새로 5백만호의 새주택을 짓기로 했는데 이에 필요한 땅은 공공시설용 땅을 포함해 약2억9천만평으로 보았다.
2억9천만평이라면 현재 40개 도시의 기존주거지역을 다 합한 것(2억8천만평)보다 1천만평이 많은 것이다.
정부는 새집을 짓기 위한 땅을 확보키 위해 작년말 택지개발촉진법을 제정하고 토지개발공사와 지방자치단체활용으로 전국 40개 도시의 택지공급 가능면적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도시계획구역내 3천평 이상의 땅으로 집단택지 개발이 가능한 면적은 주거지역이 약5천5백만평, 녹지지역이 약4천5백만평 등 약1억평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중 86년까지 l백71만호의 주택을 짓는데 필요한 땅을 1억평으로 보고 우선 이땅을 개발공급키로 했다(공공부문4천2백만평, 민간 5천9백만평).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4월 서울 개포지구 2백54만평등 4백60만평을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한데 이어 6월에는 부산시 동래구 남산동 22만평 등 3백47만평을 아울러 고시했다.
비교적 땅값이 싼 육지지역을 개발해 주거지역으로 변경, 싼값의 택지를 대량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토개공은 올해 개발하는 택지2백53만평 중 공공주택용지는 평당 9만원선에, 일반주택용지는 15만6천원선에 공급할 계획이다.
토개공은 택지원가를 평당 12만3전원(토지매입비 4만원+개발비 3만2천원+부대비8천원)으로 보고 공공주택용지는 원가보다 27%싸게, 일반주택용지는 원가보다 27%비싸게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평당 4만원짜리 땅을 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사유재산권과의 마찰을 어떻게 순화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개발된 택지가격을 낮추는 것은 일단 어렵다고 보고 싼 택지를 새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로 개발된 택지 중 공공택지 부분은 원가이하로 분양하고 일반택지는 건설업자의 자유경쟁가격에 맡기는 차등가격제를 도입한 셈이다.
앞으로 능력 있는 사람은 단독주택에, 돈이 좀 부족한 사람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큰 건설업자들은 대규모 택기개발 정부가 독점하지 말고 토개공 등과 같은 조건으로 민간업자에게 맡기면 보다 싼 가격으로 택지를 공급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병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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