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시끄럽다" 성대수술 유행 억지 벙어리 된 아파트 견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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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목청 잃은 치와와의 눈망울이 더욱 더 커 보인다.
아무리 짖어도 소리를 내지 못하는 성대 잃은 애견들-. 한국판 몬도가네가 유행하고 있다.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 거주자들이 개 짖는 소리를 항의하는 이웃들 때문에 애견의 목청을 없애는 수술을 시키고 이와 같은 현상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가축병원에서 시술되는 성대수술은 표피를 절개하지 앓고 기도를 통해 주사기로 성대를 약물처리 하거나, 목 부분을 절개해 성대를 들어내는 경우, 또는 성대신경을 절제하는 3가지 방법이 있다.
이중 표피에 상처를 내지 않는 첫 번째 방법이 가장 어려워 시내 1백여 개업 수의사 가운데 3명 정도가 이 방법으로 시술하고 있다.
수술을 받은 강아지는 입원할 필요는 없고 처음 4∼5일간은 이상한 소리를 내다 그 뒤부터 완전히 소리를 잃게된다.
강아지 크기에 따라 마취약값 등에 차이가 나지만 수술비는 평균2만원선.
서울 필동의 제일동물병원장 조병하씨는 『2∼3개월에 한번 정도 시술할 뿐』이라고 하지만 고급주택가나 아파트단지 주변의 가축병원에서는 상당히 시술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아지 성대 제거수술은 어디까지나 인간편의위주의 비정한 행위라는 게 지배적이다.
서울 충무로5가 S가축병원 원장은 『짖는 것으로 아프고 배고프고 반갑고 노여운 모든 의사표시를 하는 강아지로부터 목청을 빼앗는 것은 너무 잔인한 행위』라며 수술 자체를 반대했다.
한편 동물애호가들은 『인간은 그 자신의 자유 의사에 따라 콘크리트 정글을 선택했지만 강아지들은 그 주인을 따랐기 때문에 짖는다는 표현력마저 빼앗긴다』며 극성스런 강아지는 지나치게 짖을 때도 있지만 이는 훈련으로 조정해야될 일이라고 했다.
제일동물병원장 조씨는 『최근 고급주택가에서는 공작을 키우면서 발정기 때의 괴성이 싫어 성대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세상은 점점 몬도가네로 가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전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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