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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아파트 현장을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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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재건축 규제책이 잇따르자 들떠 있던 재건축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사업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안전진단의 문턱이 한층 높아짐에 따라 최근 가격 급등을 주도하는 안전진단 단계 단지들의 기대감이 줄어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건축시장에 몰린 자금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고, 안전진단을 맡고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도 있어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일단 매수세 수그러들어=재건축 안전진단을 신청한 단지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주말을 지나면서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안전진단 통과 기대감이 불안감으로 바뀌었고, 줄을 잇던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개포동 우진공인 고재영 사장은 "지난주만 해도 지금 사도 늦지 않겠느냐며 매수 문의가 많았는데 하루 아침에 시들해졌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이 나오는 대로 연락해 달라던 사람들이 예약을 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이은 안전진단 통과로 한껏 부풀어 오른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 단지들에서도 매수세가 주춤해졌다.

재건축추진위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손에 잡힐 듯하던 안전진단 통과가 멀리 달아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부 단지에선 치솟던 가격이 떨어질 조짐이다. 서울 송파구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잠실동 저층인 1~4단지 영향으로 한주새 7천만원까지 올랐던 5단지의 호가가 5백만~1천만원 정도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도 냉기가 흐른다. 지구단위계획안 통과, 시공사 선정 등으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었던 경기도 과천 주공단지들도 맥이 빠지는 분위기다. 쌍용공인 김혁한 사장은 "다음달 나올 것으로 보이는 3, 11단지의 정밀 안전진단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고 말했다.

◆당분간 관망세 전망=재건축 단지 주변 공인중개사무소들은 "매수자들은 발을 빼고 있지만 주인들은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관망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매물이 아직 나오지 않아 급락은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무리한 기대감에 따른 가격 상승세는 꺾이겠지만 정부 대책이 시장에 적용되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빠르게 빠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은 "거래가 뒷받침되지 않아 가격 안전판이 형성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업단계에 따른 차별화도 예상된다. 송파구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저밀도지구 단지들과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사업승인을 얻은 단지들은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건교부와 서울시의 안전진단 강화 방침 등에 대한 일부 구청의 '항명'도 불씨를 살려두고 있다. 강동구청은 진행 중인 안전진단 결과 발표와 새로운 예비 안전진단 실시를 6월께로 늦출 방침인 반면 강남구청은 예정대로 밀고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기존 법(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신청한 안전진단을 새 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시행 때까지 미룰 수 없다. 다음달 개포 주공단지 등에 대한 안전진단을 현행 기준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장원.김용석 기자

<바로잡습니다>

4월 22일자 E11면 '재건축 아파트 현장'제하 기사 중 강동구청의 다음 안전진단 일정은 6월이 아니라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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