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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재평가되는 운영방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올 들어 연구소가 긴장하고 있다.
2∼3번의 정부 감사가 닥친데다 과감한 연구소 운영 개선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흡연 연구소 운영의 기본 철학은 지난 66년 최초의 산업 연구소로 설립된 한국과학기술 연구소(KIST)의 운영 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설립자들은 외국의 성공한 연구소들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따와 KIST의 운영방침을 만들어 냈다.
서독 막스프랑크 연구소의 목적 기초 연구방식, 캐나다 국가 연구 위원회(NRC)의 국책 연구 시스팀, 일본이화학 연구소의 독립채 산재, 미국 바텔 연구소의 자율성 보장 등을 받아들여 운임에 필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최형섭 박사(전 과기처 장관)는 이것을 크게 3개로 요약 ▲연구의 자율성 ▲연구의 재정적·안정성 ▲연구 분위기 조성으로 표현하고 있다(한국 원자력 학회지 특별 기고). 이런 지침으로 각 연구소들을 운영하다 보니 몇 가지 부작용이 드러났는데 ▲예산 획득을 위한 과다 경쟁 ▲연구원들의 기술 판매원화 등이었다.
자율성을 중시해 독립 채산제로 운영하다 보니 늘어나는 운영비를 정부출연금으로는 감당키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연구원들은 연구 수탁에 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1백% 정부 지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적 안정성과 인구 분위기 조성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문제는 연구소 통폐합의 한 요인이기도 했으나 아직도 산업 기술 연구기관(전자·화학·기계 연구소등)들이 불안한 상태에 있는 요인이다.
최대 스폰서인 정부측은 연구소의 운영 효율화를 위한 연구 개발 종합 조정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각 연구소에 적용되고 있는 주요 운영 방식을 보면 연구원 중심의 운영 체제를 확립한다는 매트릭스 시스팀이 있다.
매트릭스 시스팀이란 연구 과제에 따라 연구소나 연구원들을 과감하게 팀을 짜서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조직 단위가 아닌 인력 단위로 대형 연구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과 각 부처의 협조 체제가 제대로 될 것이냐는 점에서 조심스런 적용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새롭게 실시될 제도가 연구 평가제도다. 연구소들이 막대한 세금으로 대형연구를 하는데 따라 연구 관리가 중요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온 것이 연구 평가 제도로 계획(목표)과 실적의 차를 명백히 하고 좋은 결과를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가 평가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고 정당성과 객관성의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평가 제도의 실시는 모험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연구 개발 자체가 위험과 부담이 따르는 창조적인 활동이라고 할 때 평가 제도의 시행에는 많은 난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연구결과는 결국 연구자 자신이 최선의 평가 자임을 바탕으로 연구소 자체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 기술원의 Y연구원은『지금은 연구소의 평가 제도는 어느 기관보다 잘 돼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연구 평가는 바로 윗사람이 평가하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외에 조직·인사 회계 제도의 표준화 작업이 있다. 과기처는 이미 표준 호봉제를 실시한 바 있다. 표준화 작업은 연구소의 자율성을 해쳐 연구소의 경직화가 우려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 행정에 종사한 E연구소 L과장은『표준화는 낭비 요소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지만 서류상으로만 그칠 경우 더 심한 낭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여하간 매트릭스 시스팀·연구 평가제도·표준화 제도는 작년11월 정부 출연 연구 기관 통폐합을 재기로 전 연구 기관에 실시되겠지만 너무 경직화되지 않게 운영의 묘를 찾는 방향에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게 대부분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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