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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정신장애)정신병동 입원자의 30%가 "청소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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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군은 고2연생. 어느날 교실에서 느닷없이『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수업시간중 가방을 챙겨 교실문을 나와버렸다. 그런가하면『우리집은 부자다』라고 묻지도 않은거짓말을 하거나 최근에는 친구들이 옆에만 가도 의혹에 찬 눈초리로 슬슬 피하는가 하면 교실 한구석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회수도 늘었다. 중학때만해도 상위에 속하던 성적은 급격히 떨어졌고 집중력이 없어 책을 5분이상 잠지를 못한다.

<집중력잃어 책못봐>
남군의 아버지 직업은 노동, 부모와 누이동생등 네식구가 단간셋방에서 지낼 정도로 집안살림이 어렵다. 일종의 정신분열증세인 남군의 병도 이런 가난과 부모와의 갈등에서 생겨났다. 고등학교로 올라오면서 남군은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막노동으로 살아가는 아버지가무능하고 무식하게만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가 나에게 해준 것이 뭐냐」며 대들기도 하고, 아버지가꾸중을 하면 물건을 집어던지며 소란을 피우는가 하면 집도 여러차례 뛰쳐나왔다. 남군의 이런 공격적 행동은 얼마전부터 줄어들면서 내부로 향해져 심각한 분열증세로 나타난 것이다.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김군은 졸업과함께 이른바 일류대학을 지망했다. 김군의 실력으로는 합격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막상 입학시험장에서 김군은 첫시간 30분도 앉아있기가 힙들었다. 30분정도가 지나자 소변이 마려워 참을수 없었고, 답안지 작성도 제대로 못한채 화장실을 찾았다. 그런식으로 서너과목을 설치고나자 결국 시험에 떨어졌다.
김군은 2년간 연속으로 이런 시험불안증세에 시달리다가 3년째에야 치료를 받고 대학에 갈수있었다.
정신의학전문가들의 말을 들으면 정신질환의 발병률은 청소년과 노년기에 가장 많다. 이때가 신체의 변화와 함께 심리적 갈등이 많기때문. 특히 청소년들은『정서의 격동에 뒤따르는 다양한 압박, 부담감을 느끼기 쉽고, 여기에 산업사회의 급격한 변화까지 겹쳐 적응력을 잃을 때, 정신장애가 발생하게된다』고 국립정신병원 김종해박사는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정신장애자수는 인구의 1%선인 30만명정도. 이가운데 입원까지 해야할 중증은 7만명가량이며 특히 병원을 찾는 청소년 정신장애자수는 늘어 국립정신병원만해도 환자 5백여명의 3분의1이, 이대부속병원의 경우는 입원환자의 20%정도가 재수생을 프함한 청소년들이다.
청소년들의 정신장애는 가정의 정신병리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정신의학자들은 말 한다.
실제 고려대의대 이병윤교수가 지난 10년간 병원을 찾은 1천3백64명의 청소년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의 병력으로인한 발병률은 74.4%로 나타났다.
그중 아버지의 정신장애 (30.8%)및 알콜중독 (30.3%)이 높은 발병의 원인이 됐으며, 어머니의 신경증적장애(65.5%)도 크게 작용했다.
대부분의 정신장애자가 그렇지만 청소년의 경우 주위의 무관심이나 인식부족으로 증상의 발견이 늦은것도 문제다. 부모들은 으례『공부를 너무해서 그렇다』 『신경이 날카로와보이지만 자랄 때는 그럴수도 있는 것』이라고 대수롭지않게 지나친다.
따라서 병원을 찾을 때는 중증으로 악화됐을 때. 이와함께 정신병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정신병은 못고친다는 고정관념에서 쉽게 포기해버리는 수도 많다.
―I최양은 여중1년, 어느날 어머니에게 야단을 맞다가 갑자기「눈이 안보인다』고 울부짓었다. 병원에 와서도 달력을 읽어보라는 의사의 말에 엉뚱한 방향에 시선을 두며 고개를 흔들었다. 진단결과 최양의 시력장애는 깊은 소외감에서 비롯됐다. 최양은 맞벌이부부의 외동딸로 오빠가 하나있다.

<소외감이 시력해쳐>
부모나 할머니가 외아들인 오빠만 싸고돌아 오빠에 대한 증오와 경쟁심이 최양을 이런 전환신경증환자로 몰고 왔다는 진단이었다.
그러나 눈이 안보이기전에도 최양은 의기소침해있고 학교에서도 외톨이로 지냈다. 부모들이 눈치재지 못했을뿐 이미 전부터 신경장애가 었었던 것이다.
이대 의대 이근후박사는「갈등과 좌절을 느꼈을때 해소의 길을 열어줬더라면 이런 중증은 일어나지않았을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청소년에게도 평소의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여건을 여러가지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
『현대사회는 정치·경제의 혼란등 사회가 급변하므로 가정은 물론 개인도 그 격동에 휩쓸리기 쉬운 것이 특징』이라고 밝히고『최소한 가정만이라도 이 격랑을 막아내기위해 균형된 감각으로 자녀들을 지도할 때』 청소년들의 방황및 정신장애는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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