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힌 자디·쓰레기…이래서 되겠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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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신문을 보면 국풍81에 대한 평가가 한참이다. 국풍81 「민중의 축제」였으며 겨레의 멋과 흥으로 한바탕 신명나는 큰 잔치를 잘 치렀다고들 평가하고있다.
과연, 우리 조상들의 멋과 예술을 한자리에 모아 다시 한번우리 민족성을 기려 본다는 뜻에서 국풍81은 명실공히 큰 잔치로서 손색이 없었으리라.
그러나 그곳에 참가한 우리국민들의 태도는 어떠했던가? 물론 5일간의 행사기간 중 연인원1천 만명이 여의도를 찾았다 하니 그 많은 사람들에게 모두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았다고 탓할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그곳에 버려졌던 쓰레기의 그 엄청난 양에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1천7백t의 쓰레기. 이 쓰레기를 치우는 데만 트럭 2백20대, 청소부 연2천5백명이 동원되었다니…. 마침 친구 집으로 가면서 가설무대·가건물들을 치우고있는 여의도를 지나가게 되었다.
여의도 광장은 잔디밭이 모조리 짓밟혀 있었고 각종 수목들은 여기저기 가지가 꺾여 볼품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란 표지판들만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조상의 얼을 기리고 민족의 깊은 예술을 이어나가자는 민중의 대 잔치가 벌어진 곳이 주인인 민중들의 전신이 황폐함과 공중도덕부재로 이렇게 파손되어도 되겠는가? 외국인들도 부러워하는 전통문화를 지켜 나갈 수 있는 「예」를 숭상하는 정신문화를 가진 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여의도를 돌아 나오는 마음 한구석에 서글픔을 금할 길이 없다.
나만의 좁은 소견인지는 몰라도 우리국민들은 점점 더 「예」를 잊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공중도덕, 질서란 곧 예를 지키라는 말이 아닌가? 이 예절은 예부터 우리생활의 기본이었다.
최근 일본 농촌생활을 돌아보고 온 친구가 한탄조로 말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시골에 구석구석 포장이 잘되어 있는 경제력도 부러웠지만 아무도 없는 건널목에서도 붉은 불이 켜지면 반드시 정차하는 교통질서. 버스정류 장에서, 혹은 건널목에서는 가방을 맨 꼬마들이 둘만 되면 스스로 줄을 서는 등 공중도덕이 생활화된 것이 더욱 부러웠다는 것이다.
우리 집 근처에는 서오 능이 있어 나도 1년에 몇번 씩은 아이들과 그곳을 찾는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지저분하기가 흡사 시장바닥 같은 곳에 널부러진 쓰레기만 풍성하다는 것. 쓰레기는 해가 갈수록 늘어만 가는 인상이다.
물론 이곳에 소풍 온 몇몇 학교는 선생님 지시로 한곳에 모아 태우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데 아무런 주저도 없는 듯 하다.
우리 집 대문 앞은 아침 일찍 쓸어놓으면 낮12시쯤엔 벌써 과자봉지· 신문지조각· 얼음과자포장용 봉지 등으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어느 날 빗자루를 들고 대문 밖을 나가다보니 마침 집 앞을 젊은 엄마가 어린아이 손목을 잡고 가는데 아이가 얼음과자봉지를 벗겨 그대로 버려도 엄마는 무심하기만 해서 놀란 적이 있다.
그때 엄마가 쓰레기는 반드시 쓰레기통에 넣어야한다고 가르친다면 국풍81과 같은 높은 문화의 잔치를 가졌으면서도 그곳에 버려진 쓰레기더미로 하여 스스로 민도가 낮다는 열등감을 갖지 않아도 좋지 않았을까. 새삼 가정교육의 부재를 생각해 본다. 【강추자(희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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