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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진통겪는 이베리아반도 <2>|본사장두성특파원 스페인·포루투갈을 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단왕의 호소로진압>
2·23쿠데타를 좌절시킨 결정적 순간은 의사당이 점거된지 7시간후인 24일일 새벽1시30분 국왕이 전국 TV에 나타나 각군부대에 대해 헌정질서를 수호하라고 호소했을 때였다. 이때 국왕은 군통수권자의 자격으로 군복을 입고있었다.
그 군복은 군에 대한 왕의 동류의식을 강조함으로써 군부안에 있는 「프랑코」지지파를 고립시키고 민주화작업을 지지하는 군인들을 자기편으로 회유하려는 국왕의 절박한 노력을 나타냈다.
그는 3월초에 자기가25년전 졸업한 사라고사육군사관학교의 동기생인 장교들을 불러놓고 순간적선동에 휩쓸려 「구국의 용사」가 되려하지 말고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2·23쿠데타기도가 실패한 주요인은 주동자들이 국왕은 자기들편이라고 잘못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 사건이후에는 군부내 파시스트들이 국왕을 인신공격하는 흑색선전이 병영에 널리 퍼졌다. 그중 하나가 쿠데타 미수사건을 전후해서 왕이 가족을 해외로 피난시켰다는 소문이다.
이 소문이 흑색선전에 불과함을 증명하기위해 왕은 그때부터 공식석상에 나타날 때마다 꼭 부인과 자녀들을 동반했다.

<공석에 부인꼭 대동>
「프랑코」이후의 민주화를 주도해온 이 젊은황은 이제 제2의 쿠데타 시도가 있을 경우 첫 공격대상이 돼버린 것이다.
왕에 충실하는 군인들이 주축이되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군부안에서 쿠데타를 강력히 지지하는 세력은 1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불길한것은 민주화계획을 적극지지하는 군인은 그보다도 훨씬 적은5%뿐이라는 사실이다. 나머지 80%는 중립이지만 군부안의 단결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고 각료들끼리만 회람하고 있다는 이조사보고서는 군부와 민간정부의 관계를 잇고있는 왕의 역할이 얼마나 델리키트하고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스페인의 민주화과정은 77년 제헌의회선거, 78년의 새헌법공포, 초년의 총선거등 일련의 개혁으로 외형적 체제는 모두 정비되었다. 지난1년동안 마드리드의 총통가와 「포세·안토니오」(팔랑헤의 창설자로 파시스트의 원조)가는 각기 카스테야나가와 그란비아가로 이름을 고쳐 독재자의 이름까지도 거리에서 사라졌다.

<군조로은 못건드려>
그런데 이제와서 군부세력을 업은 「프랑코」파가 다시 발호하기 시작한 중요한 이유는 민주화개혁이 「프랑코」가 구축해놓은 군대조직은 조금도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의적인 위협없이 존재해온 30만대군은 그 상층부에 내란을 겪은 세대가 그대로 앉아있다.
영관급 장교의 나이가 50세에서 60세까지 걸쳐있고 장성들의 평균 나이는 63세다. 이들은 모두 내란당시 공화파를 적으로해 싸운, 「프랑코」가 키워낸 인물들이다.
개혁초기인 77년「수아레스」수상은 군개편계획을 마련하고 이들 구세대를 예편하려 했지만 군부의 압력으로 유야무야 됐었다. 뿐만아니라 78년에 공포된 소위 탈「프랑코」새헌법은 제8조에 규정된 군의 역할속에 「헌법구조의 수호」라는 모호하고 위험한 조항을 삽입해 놓았다.
스페인 군대는 내란이래 외적보다는 국내에 총을 겨누는 역할을 제도화해 놓았다. 전국을 9개 군관구로 구분하고 군대가 전국에 분산되어 치안의 최종적 책임을 맡고 있다.
이때문에 정치인들은 스페인이 하루속히 나토에 가입하면 스페인군대가 정치아닌 군사적 사명의식을 갖게되어 내정에 대한 현재와 같은 관심도를 줄일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군의 주력인 육군은 나토에 가입할 경우 나토작전계획의 분담상 스페인군은 해군과 공군에 역점이 두어져 육군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화될것을 우려해서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에 가입시켜야>
군부내의 민주세력을 강화하려는 왕의 노력과 병행해서 정부는 마드리드를 쿠데타앞에 난공부락의 요새를 구축하려하고 있다.
마드리드를 통하는 중요도로에는 초소가 설치되어 24시간 삼엄한 경계를 하고있고 의사당 주변의 경비도 강화되었다.
또 왕에 대한 충성심이 확실한 공수부대와 왕실근위대, 그리고 경찰과 보안군중 충성파를 마드리드에 집결시키는 한편 스페인 최강의 기갑부대이며 쿠데타에 관련된 브루네트사단은 마드리드 근교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이동시킬 계획을 조심스럽게 꾸미고있다.
이러한 정부와 왕의 여러갈래의 노력으로 제2의쿠데타를 방지할수 있는 가능성을 현지의 한의국특파원은 50대50정도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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