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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반도의 새기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베트남의 20만대군이 소련 후원아래 캄보디아를 우공한 것은 79년 1월의 일이다. 만약 지금 캄보디아 주둔 베트남군대가 완전히 또는 상당부분 철수하고 3만내지 4만명의 유엔평화군이 들어가 소련의 독점적인 영향력에 상살력을 발휘할수만 있다면 아시아·대서양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그것처럼 바람직한 일이 없을것이다.
아직은 공상소설같이만 들리는 그런 일이 성사되면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정상화는 거의 자동적으로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베트남의 캄보디아침공은 78년말 미-베트남수교 합의 일보전에 일어난 사건이다.
캄보디아를 중심으로한 인지반도가 반서방·반중공의 소련세력권으르 안정되어 가는듯싶던 요즘, 캄보디아문제가 갑자기 활발한 논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이 얼핏 보면 좀 듯밖인것 같다.
우선 베트남부외상「지앙」은 5월31일 미국기자 두사람에게 미국은 지금 당장이라도 하노이에 대사관을 설치해도 좋다, 8월의 유엔 총회가 캄보디아의「폴·포트」정권 승인을 철회하면 베트남의 20만 주둔군 중에서 3,4만을 유엔평화군으로 대치하는 문제를 고려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6월2일에는 랭군에서 태국과 베트남의 부외상이 만나 캄보디아의 장래문제를 토의했다고 보도되었다.
갑자기 이리가 양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는 것같은 착각이 들 지경이다.
그러나 「지앙」이 「풀·포트」정권에 대한 유엔의 승인 철회를 전제조건으르 요구한 점, 그리고 랭군회담이 소련의 주선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베트남 수교나 유엔평화군의 캄보디아 주둔은 소련·베트남, 그리고「헴·삼린」의 일종의 교란작전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부쩍 든다.
캄보디아의 「헴·삼린」정권은 3대세력의 도전을 받고 있다. 앙코르 제압의 후손을 자처하면서 평양과 북경서 망명생활을 하는 「시아누크」, 전수상으로 파리에 망명중인 중도적인 민족주의자 「손산」, 75년에서 78년말까지 캄보디아를 통치하면서 3백만의 대량학살로 악명높던「폴·포트」가 제각기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 3개세력은 서로 달리하는 이데올로기를 잠시 접어두고 반베트남, 반「헴·삼린」통일전선의 형성에 거의 접근하고 있고, 작년가을 이광요싱가포르수상의 중공방문이후 아세안(ASEAN) 5개국이 팔을 걷어붙이고 캄보디아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아세안 5개국의 제안으로 7월13일유엔에서 캄보디아 문제에 관한「소유엔총회」라고 할만한 대규모 외상회담이 열리게된 것도 그런 움직임의 일환이다. 그 회의에서는 캄보디아로부터 독점한 기간안에 모든 외국군연가 철수해야한다는 80년10월의 유엔총회결의가 재확인될 것이 들림없어 보인다.
원래 「렝·삼린」정권은 올가을 유엔총회에서 아직도 「폴·프트」정권이 차지하고있는 유엔의석을 뺏어내고 유엔에 의한「폴·프트」정권승인을 철회시킬 계획으로 있었는데 정작 눈앞에 전개되는 사태는 그 계획을 역류하고 있는 꼴이다.
이런 배경에서 고육지책으로 나온것이 「렝·삼린」정권은 베트남이나 소련의 괴뢰정권이 아니라는 점을 과시하고, 아세안5개국의 행동통일을 저지하기위해 「지앙」의 달콤한 발언이 나오고 랭군회담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레이건」에게는 일종의 딜레머를 뜻한다. 소련세 축출을 위해서 다소의 모험을 각오하고 「지앙」발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인가, 아니면 중공과 공동으로 3파통일 전선을 적극지원할 것인가 고민이다.
멀지않아 아세안을 순방하는 전두환대통령도 안세안주재로 유엔이 캄보디아문제해결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레이건」행정부는 베트남의 제안에 문호는 개방해 두되 아세안과 보조를 같이하여 베트남에 유엔결의를 수락시켜야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풀린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
인지반도에서 소련의 팽창주의세력을 추방하고 안정과·질서를 회복하는 일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국대정치의 중심과제로 등장했는뎨 이런 시기에 전대통령이 아세안을 순방하면서 한국이 맡을수 있는 역할을 점검하게 된 것은 뜻밖의「특별급여」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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