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진핑 "내 목숨 걸고" … 다음 사냥할 '썩은 호랑이' 누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시진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을 넘어 그 윗선으로 조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시사다.

 중국 정가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31일 “최근 시 주석이 한 회의에서 ‘지금 부패 척결을 하지 않으면 모두 망한다. 누구든 조사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내 목숨 따윈 중요하지 않다’는 결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당 원로 등 일부 회의 참석자가 “최근 부패 척결이 도를 넘고 있으며 이렇게 가면 목숨을 건 권력 투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자 이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달 초 열린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도 시 주석은 당 원로들이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 부주석, 자칭린(賈慶林) 전 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등 일가에 대한 비리 조사 중지를 촉구하자 “목숨을 걸고 부패 척결을 하겠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국가 지도부와 당 원로, 각 분야 전문가들은 매년 여름 허베이(河北)성 베이다이허에서 휴가를 겸해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장쩌민(江澤民·88) 전 국가 주석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신문은 장 전 주석이 8월 초 상하이(上海)에 머물던 중 방광암이 악화돼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소식통은 “장 전 주석 가족도 부패와 무관하지 않으며 그의 병세 악화는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장 전 주석의 큰 아들 장몐헝(江綿恒)은 당 기율위 조사를 받는 저우 전 서기의 아들 저우빈(周濱)과 상하이에서 정유회사를 공동 운영하며 수억 달러에 달하는 부를 쌓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손자인 장즈청(江志成)은 사모펀드를 만들어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자하고 상하이 공항 면세점까지 운영하며 수십억 달러의 재산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주석은 저우빈 수사 과정에서 큰 아들에 대한 비리가 나오자 시 주석에게 지나친 부패 척결 자제를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지난달 중국 인터넷에서는 장 전 주석 재임(1993~2003년) 시절 실정(失政)과 비리를 알리는 비디오가 유포되기도 했다. 장 전 주석은 5월 상하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면담했다는 보도 이후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10월 예정된 당 중앙위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법치의 제도화와 함께 전직 국가 지도부 부패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며 그 결과에 따라 장 전 주석과 원 전 총리, 쩡 전 국가 부주석, 자 전 정협 주석에 대한 조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도 지난달 25일 300여 명의 정협 상임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우융캉 늙은 호랑이의 사법 처리 후 더 큰 호랑이(국가 지도자 급 부패인사)를 잡을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기다리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해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가족 재산이 27억 달러(약 2조74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 원 전 총리에 대한 조사는 어떤 형식이든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뉴욕타임스가 2012년 10월 관련 보도를 하자 원 전 총리는 직접 당 기율위에 가족 재산 조사를 의뢰했으나 아직까지 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부패 척결이 계속되면서 중국 공무원에 대한 추석(중추절) 뇌물이나 직접 선물 대신 선물 쿠폰북이나 무기명 전자선물카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쿠폰북을 선물 받은 사람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선택한 뒤 이용자 고유 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택배로 선물을 수령할 수 있어 비밀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시 주석의 반부패 운동으로 전통적 인기 뇌물인 값비싼 월병이나 술·담배·상품권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