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에너지 신기술 개발에 2035년까지 4조원 투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90호 06면

21세기 에너지 강국은 자원이 아닌 기술이 결정한다. 첨단 기술을 갖춘 선진국일수록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고 에너지 소비효율을 높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도 지난 1월 에너지기본법 개정 때 공급 확대보다는 수요관리 중심으로 제도를 재정비했다. 에너지 분야의 신산업·신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예컨대 전력 최대 소비량을 적절히 조절할 경우 발전소를 몇 개 건설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와 함께 관련 기업들을 키울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문재도 2차관은 “세계 최고 수준인 정보통신기술(ICT)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신산업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차세대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이끌 6대 에너지 신산업 분야의 사업화 모델을 소개한다.

21세기엔 기술 강국이 에너지 강국

에너지 신기술로 전력수출시대 열리나
스마트그리드를 적용한 에너지 신기술은 새로운 비즈니스 수익모델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에너지 산업과 ICT 기술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문 차관은 “이 두 분야를 융합하는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해외시장 개척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용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네가와트 발전(전력수요관리) ▶ESS(에너지저장시스템)를 활용한 에너지 관리 통합서비스 ▶신재생에너지-ESS 융합시스템(독립 마이크로그리드) ▶태양광 렌털 ▶전기차 서비스 ▶발전소 온배수열을 활용한 식물농장 등이다.

네가와트 발전은 가정·회사·공장에서 절전설비를 활용해 전력수요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전력 생산보다 소비를 줄이는 게 수익·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경제논리에서 탄생한 새로운 분야다. 수요관리를 통해 전기를 절약하는 게 6배 정도 저렴하다는 미국 쪽 조사결과도 있다. 문 차관은 “지능형 수요관리의 요체는 시장논리에 따라 에너지를 절약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블랙아웃이 우려되는 여름이나 겨울에만 제한적으로 수요관리를 운영해 왔다. 앞으론 이걸 상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2035년까지 에너지 수요의 13%, 전력 수요의 15%를 각각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주된 정책수단은 세율 조정과 수요관리형 요금제 확대 적용이다.

정부는 올 연말부터 자신이 절약한 전력을 되팔아 추가 수익을 올리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민간 수요관리사업자도 전력시장 입찰이 가능하도록 법을 바꾸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네가와트 발전을 통해 수급 측면에서 2017년까지 화력발전소 4기(190만㎾) 규모의 여유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장차 이 시장이 확대되면 국가 간 전력 교역도 가능해진다. 북유럽·남아프리카에선 대륙간 국가 전력망을 공유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한국과 일본·중국·러시아를 잇는 전력망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태양광도 정수기처럼 렌털
정부는 2035년까지 에너지 혁신 기술개발에 4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스마트 계량기(AMI), 에너지 통합관리 시스템(EMS),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이 주요한 투자 분야다. 이런 기술이 실용화되면 가정·빌딩·공장에선 각자의 전력소비 특성에 따라 조명·냉난방 등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 공용 조명을 LED로 교체하거나 생산설비·가전제품의 모터를 제어해 전력 소비를 최대 30%까지 줄이는 인버터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식이다. 여기서 더 발전한 것이 ‘제로’ 에너지 건물이다. 늦어도 2025년부터 새로 짓는 건물의 경우 ESS를 활용해 건물에서 쓸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 단순한 에너지 절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수익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신기술과 제품을 결합한 에너지 관리 통합시스템을 한데 묶어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태양광·풍력·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와 ESS를 결합한 모델도 있다. 전력 송전이 어려워 자체 발전단가가 높은 섬·사막·산악 등에 위치한 시설에 주로 적용한다. 초기 투자 부담이 커 지지부진했던 태양광 렌털 사업은 수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소비자에게는 태양광 설비 임대료와 약정 기간을 줄였다. 사업자에게는 렌털 참여 대상 가구를 열 배가량 확대했다. 지금까지는 월 소비전력 550kWh 이상 가구(전체 가구의 0.5%)만 태양광 렌털을 신청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전체 가구의 5%인 월 소비전력 350kWh 이상인 가구도 태양광 렌털을 이용할 수 있다.

친환경 미래 에너지 이산화탄소 배출 줄여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 분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늦어도 2020년부터는 의무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듯 충전소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급속 충전하거나 빌려 쓸 날이 멀지 않았다.

 버려졌던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예컨대 발전소에서 전력 생산 때 생긴 뜨거운 물을 대규모 영농단지에 공급하면 겨울철 난방비를 아끼면서 식물 성장을 촉진해 고부가가치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실제로 남제주화력발전소 인근에 있는 행복나눔영농조합은 온배수열을 이용해 망고·감귤을 재배했다. 온배수열 활용 덕에 연간 난방비를 87%나 절감하고 있다.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