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사이드 경제학의 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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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레이건]미대통령은 취임 3개월 반만에 「힘의 대필」 에서 승리한 영웅이 됐다. 민주당이 지배하고있는 미하원본회의가 지난주 2백53대. 1백76이라는 큰 표차로 「레이건」대통령의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었다.
이 결과는 최소한 63명의 민주당의원들이 반란을 일으켜 「레이건」 진영으로 가담했음을 의미한다. 총 6천8백90억달러 규모의 이 82회계연도 예산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민주당 정권이 수립해놓은 사회복지 계획을 거의 모두 철폐시킨 혁명적인 예산이다. 5백50억달러의 지출삭감으로 「존슨」 대통령이 세워놓았던 대부분의 계획도 자동적으로 취소됐다.
4백42억달러의 감세에다 연방정부의 지출과 갖가지 사회복지자금을 대폭 삭감하면서 유독 국방비만은 크게 증액시킨「fp이건」방식의 예산안이었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공급사이드의 경제」를 반영시킨 이 예산안이 진보적인 민주당의원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거의 무리에 가까운 일로 보였었다.
그러나 「레이건」 진영은 이러한 예산안이 당장 미국을 구원해주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은 하면서도 이를 강력하게 밀고 나갔다. 새로운 미국을 건설하기 위해선 새로운 시작을 해야한다고 설득작업을 폈다.「힝클리」의 흉탄자국이 아직 채 아물기도 전에 그는 수십명의 의원들을 날마다 백악관으로 초청해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기위한 기초각업으로서의 새예산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치관측통들은「레이건」이 그의 예산안통과를 위해 그토록 강력한 총공세를 편것은 비단 이번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암으로 그의 재임기간중 계속될 대의회관계에서 기선을 잡으려는 정치적 예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레이건」바람을 저지하려는 민주당 중진들은 이번 결과를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향후 「레이건」의 인기가 부침되는 때를 적절히 이용해서 갖가지 수정안을 제기하는 게릴라전법을 쓸 계획이다.
물론 이러한 민주당의 반격에 대비해서 「레이건」진영은 그동안 발휘했던 정치기술을 재점검하고 있다. 미국정치가 돋보이는 것은 이러한 모든 정치적 행위가 우격다짐이나 일방적인 졸속처리로서가 아니라 한결같이 대화와 설득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예산은「공급사이드경제학」의 성패를 가름하게되는 것 시험이라는 점에서「레이건」의 의회승리는 더 큰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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