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만 "반짝"…지나면 흐지부지 약속 안 지키는 어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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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어른들은 약속을 지켜주셔요』-. 5일은 제59회 어린이날. 해마다 이 날이면 요란스런 기념식과 갖가지 행사가 화려하게 펼쳐지지만 어린이들을 위한다는 어른들의 약속은 잠시 그때뿐, 겉치레 행사주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있어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거짓약속에 씁쓸한 표정이다.
학대받는 어린이들을 돕는다고「어린이 학대 신고센터」를 운영한다더니 얼마 후 슬그머니 간판을 내려버렸고, 각박한 도시어린이들에게 꿈을 키워 주겠다고 문을 열었던 「어린이모험 놀이터」도 아무 말 없이 슬쩍 문을 닫았다.

<모험놀이터>
한국야외교육원을 운영하는 이범식씨(68)가 지난해5월 서울 영등포동6가53 아동회관 안 빈터 4백여평에 모형 첨성대· 모형탱크 등 외에 나무토막·타이어 등 각종폐품을 널어놓고 많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마음대로 톱질이나 대패질을 하며 상상의 날개를 펴도록 했다. 그러나 시설을 넘겨받은 영등포구청 측이 시설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놀이터의 공작재료들을 창고에 넣어두는 바람에 현재 「어린이 모험놀이터」라는 패말과 「상오9시부터 하오6시까지 놀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알림표지판만이 남아있다.

<학대신고센터>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서울 공덕동427의5)가 79년2월8일 어린이들에 대한 차별대우·혹사·학대 등 가혹행위를 신고 받아 해결해 주기 위해 개설했으나 1년도 못된 그해 l2월말 흐지부지 문을 닫고 말았다.
이 신고센터는 한국사회복지회관 7층 사회봉사안내소에 상담소를 설치. 2명의 전문요원이 상담을 받아 일을 처리했으나 행정당국의 무관심과 홍보부족으로 10여 개월 동안 48건의 신고밖에 받지 못한채 문을 닫아버렸다.

<어린이보호구역>
서울시경이 등·하교 길의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77년7월 시내 2백10군데의 길 폭이 좁은 초등학교 통학로에 만들었다가 지난해 어린이날을 기해 통학로 2백70군데, 주택가골목 95군데 등 3백65군데로 늘려 조정했으나 대부분 유명무실하다.

<어린이 목욕료>
서울시가 지난3월20일 보사부의 고시에 따라 초등학생들에 대해 소인요금을 적용, 4월1일부터 3백20원을 받도록 지시했으나 상당수의 목욕업자들은 어린이들에 대해서도 성인요금인 6백50원을 받고있다.
서울 전농4동 Y목욕탕의 경우 3일하오 정모군(13·서울 전곡국교6년)형제가 이를 합의하자 성인용 요금 영수증까지 떼어주며 『상부로부터 요금할인에 대한 지시를 받은바 없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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