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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뇌 기능 차이가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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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뇌에도 남녀의 차이는 있는가? 차이가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다. 최근 남녀의 뇌는 생화학적 해부학적으로 보아 다르다는 것이 속속 밝혀져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것은 뇌가 서로 같지 않다는 사실을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의미로 해석, 여성해방론자들의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남녀의 뇌는 과연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최신의 연구결과를 근착 외지를 통해 알아본다.
어미 동물실험에서는 암수의 뇌가 생화학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동물의 성호르몬은 암수의 뇌 차이를 가져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과학들은 인간도 자성호르몬의 차이로 뇌 구조가 달라진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 「코널」의대의 「매킨리」박사는 38명의 성적이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호르몬의 기능을 연구했다.
대상어린이는 중성이었지만 처음엔 여자로 취급되어 인형놀이·요리 등 여자의 생활을 했다.
11살 때 같은 또래의 정상 여자 애들은 가슴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이들은 변화가 없었다. 12살이 되자 오히려 여자에게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사춘기에는 생식기가 남성화 경향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일종)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태어날 때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테스토스테론을 활성화시키는 효소가 없어 여자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춘기가 되면 효소 없이도 테스토스테론을 이용할 수 있어 남성화 돼간다.
「매킨리」박사는 이것을 실험대상아들이 남성의 뇌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즉 성장함에 따라 남성 뇌의 테스토스테론이 작용,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동물실험 결과는 좀더 자세한 내용을 알려준다. 미 「캔자스」대학의 생리학자 「영」과 「고이」는 임신한 「기니」돼지에게 다량의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해 유전자는 암컷이면서도 중성인 돼지를 만들어 내었다. 이 돼지의 난소를 제거하고 테스토스테론을 계속 투여하자 점점 수컷의 행동을 닮아갔다.
미 「록펠러」대학의 신경학자 「브루스·맥웰」 교수는 물고기에서 「리서스」 원숭이에 이르기까지 성호르몬에 의해 뇌의 일부분이 다르게 형성되는 것을 발견했다.
즉 호르몬이 단백질을 만드는 신경세포를 조작해 뇌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결과가 실험은 못했지만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으로 믿고있다.
왜냐하면 생물이 진화하면 기존의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점점 덧붙여 가는 것으로 인간의 뇌에도 어류나 파충류의 뇌와 같은 기능을 갖는 부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해부학적인 남녀 뇌의 차이도 보고되고 있다.
「록펠러」 대학의 「페르난도·노테봄」 교수는 카나리아의 뇌세포 덩어리가 암수에 따라 크기가 다른 것을 발견했다.
큰 뇌세포 덩어리를 갖는 카나리아 수컷은 성적표시로 노래를 부르나 암컷은 그렇지 못하다. 그는 세포 덩어리의 크기가 노래 부르는 능력을 조절한다고 보고 암컷에 테스토스테론을 주사, 뇌세포를 성장시켜 노래를 배우게 만들었다.
쥐의 경우 수컷은 오른쪽 반뇌 피질이 왼쪽 반뇌 피질보다 크며 암컷은 이와 반대다. 숫쥐를 태어난 직후 거세한 다음 난소를 이식하였더니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숫쥐의 뇌가 암쥐의 뇌구조를 보인 것이다.
미 「시카고」대학의 「레비」박사는 이것을 인간 뇌에 확대, 많은 사실을 알아냈다.
인간의 반뇌는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하며 능력도 성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여성은 오른쪽 눈과 귀가 밝고 남성은 그 반대임도 밝혀냈는데 이것은 오른쪽 반뇌가 보다 남성적이고 왼쪽 반뇌는 여성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 양쪽 반구의 상호연결 능력이 남녀간에 차이가 있음도 드러났다.
여성의 양쪽 반뇌는 보다 긴밀히 빠르게 교류해 세세하고 미묘한 것을 종합하는 능력은 있으나 때에 따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이 중간에 끼어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남성의 양쪽 반뇌는 보다 독립적이라 공간지각을 정확히 하는 이점이 있고 여성은 뛰어난 언어감각을 갖고있다.
「레비」박사는 이런 뇌 기능의 차이가 성호르몬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가정한다.
아무튼 남녀의 뇌가 다른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기능의 차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여성에 알맞은 사회제도와 교육방법이 주어진다면 그들도 수학·과학 등에 훌륭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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