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제너레이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른바 「자기주장의 세대」(me generation)가 드디어 미국경제계의 중역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장이 강하고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며 행동하는 세대다. 이들 젊은 세대는 기업의 책임 있는 자리인 관리직이 되고 나서도 사고방식이나 생활스타일에 변화가 없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신조로 살아온 고참관리직들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미·제너레이션」에겐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나 선배에 대한 경의, 출세경쟁에서 살아남는 길 따위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들에겐 일보다는 여가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대문제다.
지난20년에 걸친 사회변동의 부산물로 출현한「미·제너레이션」이 기업의 관리층을 형성함에 따라 미국의 일류기업들엔 새로운 관리방식이 채용되고 있다.
근간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는 10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던 수뇌부와 일반사원의 대등한 토론, 관리직이 전근에 난색을 보여도 경력상 오점이 되지 않게 된 것, 어린애가 있는 여생관리직에 시간제 근무가 허용된 것을 예로 들고 있다.
「미·제너레이션」의 특성을 한 기업조사회사는 이렇게 요약한다.
집단보다는 우선 자기자신에 관심을 둔다. 높은 임금을 기대한다. 특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는 더 그렇다. 해고위협을 받아도 비교적 태연하다. 상향적인 보고뿐 아니라 하향적 석보도 기대하며 자극적 업무를 원한다.
구세대와 「미·제너레이션」의 가치관엔 큰 차이가 있다.
고참이사들은 젊었을 때 상사에 대해 『예, 과장님』 하고 대답했지만 요즘 이들은 『그래요. 내 방식대로 해보지요』라는 부하의 대꾸를 듣게됐다.
「미· 제너레이션」은 보신이 최대관심사가 아니다. 업무가 재미없으면 꺼리지 않고 전직을 결행한다. 그러나 자기생활 스타일에 만족하는 한 이들은 높은 봉급이나 출세를 보장해도 전근하길 거부한다.
「미·제너레이션」의 이 같은 태도는 결국 일시적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이들도 도리 없이 순응형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가치관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업도 있다.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 증대나 기브 앤드 테이크적인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만들도록 장려하고있는「델터」항공 같은 기업이 그것이다.
『이런 젊은이들을 협력·지위 혹은 공포감으로 움직이게 하기는 어렵다. 좋은 기업관리는 보다 참가적이고 자유로와야 한다』는 기업 컨설턴트의 조언도 나왔다.
문제는 이들이 일에 대한 의욕이 없다는데 있다.
그래서 최근엔 기업이 종업원 심정에 호소하는 일본식모델을 채용해야겠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젊은 관리직에 의욕을 일으켜 주지 않고는 미국기업의 전도는 험난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우리 기업들에도「미·제너레이션」이 차차 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