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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사법부 오직 회오리|파산한 골프장의 관리 맡은 변호사가|감독판사에 골프채·양복 선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일본은 요즘 판사의 골프 스캔들로 법조계뿐 아니라 사회전체가 시끌시끌하다.
파산한 골프장 관리를 감독하던 현직 재판관이 자기감독아래 있는 골프장에서 공짜 골프를 친 사실이 점차 독직사건으로 확대되어 담당판사가 일 사법사상처음으로 구속되고 골프장의 경리담당자가 자살하는 사태까지 빚고있다.
동경지방재판소 민사부의「다니아이」(41) 판사보는 동경지재 파산부에 근무하던 작년9윌, 자신이 감독하던 「도찌기껜」의 그「아쓰사」골프장에서 이 골프장의 법정관리인인 「이노우에」(54) 변호사의 초청으로 1박2일의 공짜골프를 즐겼다.
이 사실이 한 투서로 알려져 「다니아이」판사보는 즉각 간경지법 민사부로 전근되었다.
당시 이 사건은 이 조치로 완전히 매듭지어진 듯 보였고 그래서 주목을 끌지도 않았다. 그런데 최근 일본신문들이 갑자기 이 사건을 클로즈업시키면서「다니아이」판사보가 「이노우에」변호사로부터 시가 40만엔 짜리 외제 골프채 1세트와 시가 16만엔 짜리 고급양복 2벌을 선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이 사건은 일약 「판사의 독직사건」으로 번지게 된 것.
지난17일 일 최고재판소도 임시재판관 회의에서 이 사건을 논의, 「다니아이」판사보에 대해 『법복을 입을 자격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국회재판관소 추위에 종전 후 4번째의 탄핵소추를 요청했다. 『직무상의 의무에 현저히 위반하고 재판관으로서의 위신을 두드러지게 잃은 비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또 「다니아이」판사보의 전임자로서「이노우에」변호사를 법정 관재인으로 선임한 「이다가끼」판사가 이 골프장을 인수하기 위해 「이노우에」변호사가 설립한 회사에 4백만엔 연12%의 고리로 융자한 사실도 밝혀져 이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키로 했다.
그런데「다니아이」판사보에 대한 처분이 결정된 지난17일 저녁, 파산관재사무소 경리직원 「사고」(46)씨가 갑자기 자기 집에서 목을 매어 자살함으로써 이 사건은 단순한 판사의 독직사건을 넘어 좀더 뿌리 깊은 부정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있다.
「악쓰사」골프장은 76년 1백억엔의 부채를 안고 파산한 후「이노우에」재산관재인을 중심한 이사회 측과 골프회원 및 종업원들로 구성된 회사갱생협의회가 골프장의 처분문제를 놓고 대립해 왔다.
「다니아이」판사보의 공짜골프가 문제된 배경에는 이 같은 내부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살한 「사고」씨는 도산전 이 골프장의 전무로 있다가 파산 후에도 「이노우에」관재인의 경리담당자로 계속 남아있었기 때문에 골프장의 경리내용을 잘 알고 처분문제를 둘러싼 내부분쟁에 깊이 관련돼있어 이번 독직사건의 유력한 증인이었다. 대수롭지 않은 공짜골프에서 발단된 이 사건이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사건은 일본언론의 날카로운 고발정신과 조그마한 부정이라도 용납하지 않는 사법부의 준엄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본사회내부를 관류하는 혼탁한 풍조, 타락한 사법부의 일만을 드러낸 것 이기도하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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