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비싼 냉장고 쓸수도…안 쓸 수도|우유변질…"봄철에 더 조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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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봄철의 유제품관리에 허점이 많아 공중보건에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고있다. 3∼5월의 늦봄부터 초여름사이는 통상 낮 기온이 섭씨20도를 넘어 유제품이 급속히 변질하기 쉬운데도 이들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소매상·학교급식소등 에서는『아직 본격적으로 덥지 않다』는 이유로 냉장시설에 보관하지 않거나 냉장시설을 두고도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가동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국민학교 오후반은 상한우유 먹을 위험>
특히 최근 들어 전기료가 인상되면서 섭씨5도 이하에서 냉장토록 돼있는 우유·유산균제품을 가게 진열대 위에 버젓이 내놓고 팔거나 20도가 넘는 실온에서 창고에 쌓아두는 곳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국민학교에서는 급식된 우유가 변질돼 반품소동을 빚는 등 벌써부터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학교배달 우유>
서울의 경우 전체2백96개 국민학교 가운데 우유를 마시지 않는 학교는 30여개교에 불과하다
서울Y국민학교의 경우, 전체4천8백명 가운데 2천9백50명이 우유(매일우유·특수포장)를 마시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상오9시쯤 배달되어온 우유를 9시40분쯤 각 교실로 나눠줘 오전반학생들은 2교시가 끝난 다음인 상오10시40분에 일제히 마시도록 하고있다. 그러나 오후반인 2학년의 경우는 우유를 복도에 쌍아 놓았다가 배달 된지 5시간이나 지난 하오2시쯤 그대로 나눠주고 있다.
일부학생들은 우유를 책상 속에 넣어두었다 하오 늦게야 집으로 가지고가 마시는 경우도 흔하다.
또 전체학생 3천8백명 가운데 60%이상인 2천4백여명이 서울우유(특수 종이포장)를 마시고있는 서울 J국교는 상오9시30분쯤 대리점에서 배달된 우유를 운동장한구석에 그대로 쌍아 놓았다가 상오10시50분에, 오후반의 경우 하오2시쯤 반별로 나눠주고 있는 실정이다.

<소매상>
서울충무로3가 Y식품의 경우 섭씨5도 이하에서 보관하도록 되어있는 카톤팩에 든 우유를 냉장고 위에 그대로 전시한 채 판매하고있다.
또 서울 저동 H식품에서는 유산균음료를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은 채 팔고있다.
이처럼 대부분 구멍가게는 우유제품취급에 대한 상식부족과 『아직은 냉장고를 쓸 만큼 덥지 않다』는 피부감각만으로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냉장하지 않고 있다.
일부 상점에서는 사이다나 콜라 등 청량음료는 냉장고에 넣어놓고 가장 변질되기 쉬운 우유는 밖에 내놓는다.
상인들은 사이다는 찬 것을 찾지만 우유는 너무 차면 배탈이 난다는 소비자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리점>
또 운반·처리과정에서 오염을 막기 위해 ▲유제품운반차량은 섭씨5도 이하로 보존할 수 있는 냉장 적재고와 ▲그 온도가 유지되는지 체크할 수 있는 온도계를 갖춰야하며 ▲적재고를 매일 염소 50PPM이하의 물로 소독하는 등 청결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 일부대리점들은 섭씨5도 이하 보관을 거의 지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13일 충북제천시 남당 국민학교에서는 어린이들의 급식용으로 배달된 D우유제품 1천3백 봉지가 변질된 것으로 밝혀져 점심시간에 나누어주다 회수, 폐기 처분했다.
또 같은 날 제천시의 남천 국민학교에서도 1천여 봉지가 변질우유로 수거됐다.

<보관·변질여부 감별법>
우유와 유산균제품은 섭씨5도 이하의 냉장상태에서 보관해야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유나 유산균제품은 요즘과 같은 섭씨20도 이상 상태에 내놓았을 경우 30분마다 대장균·세균이 2배씩 늘어나 2시간이상 지나면 16배로 세균수가 증식, 인체에 매우 해롭다는 것.
공장에서 초고온 살균법으로 처리, 무균상태(법정허용치 1㏄당 대장균10마리)라 할지라도 30분 뒤 20마리, 1시간 뒤 40마리, 1시간30분 뒤 80마리, 2시간 뒤 1백60마리 등 폭발적으로 증식되는 데다 외부에서 세균이 침투, 그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
이같이 대장균·세균이 증식된 우유를 마셨을 경우 구토를 하게되며 1㏄당 1백60마리가 넘는 우유를 마셨을 때는 설사를 하게된다.
변질된 우유는 쉰 냄새가 나며 정도가 심한 것은 침전현장이 일어나고 유산균제품은 식초냄새가 심하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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