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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호와 미국의 긍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콜럼비아」호는 1백억 달러가 투입된 인류최초의 유인 우주 왕복선이다.
한국 돈으로 환산해서 약7조원이니까 금년도 한국총예산과 맞먹는 엄청난 액수라 경비절감을 위해 우주선용 회수해서 다시 사용하도록 설계했지만 앞으로 13년간 이와 똑같은 우주선을 5백회나 발사한다는 것은 웬만한 나라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각각 1억3천만개의 지식을 담고「콜럼비아」호에 설치된 5대의 컴퓨터가 서로간에 1천분의1초 단위로 정확한 교신을 하고 있는가의 여부를 판독하는 작업은 마치 축구장 넓이의 가시덤불 안에서 바늘 한 개를 찾아내는 작업과 같다.
발사 후 우주선 겉의 방열타일 중 15개가 떨어져 나갔지만 우주인들이 육안으로 볼 수 없어 대기권 재돌입에 위험요소가 되는지는 미국 내의「하와이」와「캘리포니아」공군기지에 설치된 특수망원경으로 관찰됐다.
이 초고성능망원경은 지금까지 철저한 군사기밀로 취급돼 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그 존재가 알려진 것이다.
이 망원경의 임무는 여전히 극비에 속한다. 미국방성은 망원경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성화같은 질문에 계속 함구로 일관하면서 다만『이 망원경으로 지구궤도를 도는 우주선의 밑바닥을 정밀 관찰한다는 것은 마치 우주공간에서「모스크바」「크렘린」광장에 몰려있는 자동차들의 번호판을 판독하는 것과 같다』고만 답변했다.
미국인들이 이와 같이 기술과 돈의 집약체인「콜럼비아」호의 발사를 계기로 그 동안 잊어왔던 새로운 긍지를 되살리고 있는 것은 인상적이다.
『우리가 최고』라는 미국인들의 흥분은 1927년5월「찰즈·린드버그」가 사상최초로 대서양횡단 단독비행에 성공한 직후 미국인들 마음속에 불어넣었던 『「세인트루이스」의 정신』에 비유되기도 하고 60년대 말 인류 최초로 달 착륙을 성공시킨「아폴로」열기를 재생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김건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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