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잘나가는 한국 기업의 비결 … 전방위 소통으로 중국 소비자 마음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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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국인은 내 제품을 싸게 만들 노동 단위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내 제품을 사주는 소비자로 봐야 합니다. 그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습니다.” 중저가 화장품 유통업체인 카라카라(KALAKA)를 경영하고 있는 이춘우 사장의 충고다. 그는 사업 시작 5년여 만에 중국 전역에 150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한 해 매출액 약 150억원, 젊은 직장 여성이 그의 주 타깃이다. 쾌속 성장 비결이 바로 ‘소비자와의 소통’이다.

글·사진=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베이징의 중일우호병원 앞에 있는 화장품 업체인 카라카라 매장. 이 회사는 20~30대 젊은 직장 여성을 타깃으로 중저가 시장을 중점 공략하고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약 3000위안(약 55만원)을 버는 20~30대 평범한 직장 여성들과 대화하고 관찰합니다. 그들이 랑콤, 설화수 등 고급 브랜드 화장품을 쓸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죠. 작은 립스틱 하나를 살 때도 서너 군데를 돌아보고는 가장 싼 것을 고릅니다. 그들과 ‘소통’하면 무엇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답이 나옵니다.”

 한류를 어떻게 제품에 반영할지도 소통을 통해 알았단다. 중국 각지에 2500개 이상의 매장을 깔겠다는 그의 꿈이 베이징에서 영글어 가고 있다.

 소통에 성공한 기업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중국 고급 관광객이 객장을 채우고 있는 카지노 전문업체인 파라다이스, 최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해 돌풍을 일으켰던 쿠쿠전자, 외식업계를 파고들고 있는 미스터 피자, 싱싱한 주스기로 시장을 뚫고 있는 휴롬…. 핵심은 중국 소비자와의 꾸준한 소통 루트 개발이다. 쿠쿠전자는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회사는 1년에 밥솥 약 24만 개를 중국인에게 판매한다.

칭다오 현지 공장에서 저가 제품 약 7만 개를 만들어 현지 시장에서 팔고, 고가 제품은 한국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한다(약 7만 대). 나머지 10만 개는 유커(遊客·중국 관광객)들의 몫이다. 칭다오 법인의 조학례 법인장은 “제조 원가, 소비자 계층 등을 감안해 생산·유통 시스템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자와의 소통에 성공한 기업이 ‘재벌’로 클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말한다. 박상수 충북대 교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대기업 하청, 신규 업종 진출을 통한 몸집 부풀리기 등을 통해 대기업으로 커왔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거대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만으로도 일약 대기업 반열에 오르는 기업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 한미반도체, 아모레퍼시픽 등 여러 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고 있다.

 그렇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시장은 이미 어쩡쩡한 기술·서비스로는 당해낼 수 없는 치열한 전쟁터로 변했기 때문이다.

박한진 KOTRA 중국사업단 단장은 “소비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수출에만 관심을 갖던 중국 기업들도 내수(중국)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경쟁에 견디지 못하는 일부 우리 기업이 오히려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고는 승산이 없다는 얘기다. 핵심은 역시 중국 소비자와의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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