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범죄 지능화한다

새로운 사회구조는 새로운 범죄를 낳는다. 컴퓨터가 우리생활에서 차지하는 분야가 넓어질수록 그에 따른 범죄가 증가하고 지능화되고 있다. 컴퓨터 범죄가 가능한 이유는 이 머리 좋은 기계가 선악의 판단력이 없어 누구에게나 충실한 때문. 비록 거짓된 자료라도 정당한 절차만 밟으면 아무 이의없이 받아들이고, 갖고있는 자료도 정확한 출력방법을 아는 사람에겐 서슴없이 내준다. 따라서 컴퓨터 범죄는 충직한 하인을 속여먹는 주인의 범죄이지 결코 컴퓨터 그 자체에 죄를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범죄유형>
컴퓨터 범죄를 저지르는 대상에서 보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컴퓨터를 다루는 기관 안의 사람이 직접 범행하는 것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그만큼 예방이 어렵고 발견에 시간이 걸린다.
또 하나는 컴퓨터 업무를 환히 아는 사람이 암호 등을 훔쳐 외부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금전상의 경우는 비교적 발견이 쉽다.
컴퓨터범죄하면 흔히 은행에서 돈을 빼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중요한 국가 및 기업의 기밀 인출에서부터 대학의 학점 고치기, 원자재 빼내기 등 컴퓨터를 쓰는 각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일어난다.
미국의 한 기관에서 조사한 컴퓨터 범죄를 보면 58년부터 79년까지 사이에 보고된 범죄건수만 6백33건에 이르고 있다.
나라별로는 미국이 4백72건으로 제일 많고 「스웨덴」35, 영국 23, 독일 21건 등의 발생 분야별 통계는 역시 은행이 가장 많아 1백20건이고, 정부기관 1백3, 교육기관 64, 제조업 62건 순으로 되어있다.

<범죄의 예>
컴퓨터 범죄사상 초대형사건은 78년 11월 「로스앤젤레스」「시규리티·퍼시픽·내셔널」 은행의 1천20만 달러 사기 사건을 꼽고 있다.
이 은행에 근무한 적이 있는 「스탠리·리프킨」이라는 청년이 소련으로부터 구입하는 8백만달러어치의 보석값을 지불하기 위해 컴퓨터 범죄를 결심, 경비원을 속여 이 은행 전신환 사무실에 잠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은행간 거래에 쓰이는 컴퓨터화된 그날의 환송금용 암호(패스워드)를 베껴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그날 오후 「스탠리」는 은행에 전화를 걸어, 국제부에 근무하는 실제 인물인「마이크·핸슨」이라고 속이고 암호를 댄 후 「뉴욕」의 한 은행에 1천20만달러를 송금하도록 지시했다 이돈중 8백만달러가 다시「취리히」은행으로 송금되어 보석값으로 지불됐는데 「스탠리」는 도주직전에 체포됐다.
일본에서는 소위 캐시카드(현금인출카드)사기사건이 늘고 있다. 누구나 은행에 예금하고 캐시카드를 받게 되면 그 은행이 설치한 어느 현금인출기에나 넣고 암호를 누르기만 해도 예금액 안에서 원하는 현금이 나온다.
74년 일본「후꾸미」(복견) 신용금고의 「하세가와」(장곡천)계장은 이 약점을 이용, 위조 캐시카드를 만들어 2백만엔을 인출했다가 수사결과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이밖에도 미국에서는 컴퓨터 속에 들어있는 자신의 학점을 고친 사건도 있었다. 컴퓨터 속에 학점이 입력되면 누구의 체크도 받지 않는 점을 이용, 자신의 학점을 화면에 불러내어 모두 A학점으로 고친 다음 입사자료로 제출했다가 조회과정에서 드러났다.

<문제점>
컴퓨터 범죄는 사람이 저지르지만 컴퓨터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그사이 컴퓨터 회사들은 더 많은 컴퓨터를 팔기 위해 좀 더 편리한 소프트웨어(입출력방법)개발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이제는 4살의 어린이가 조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까지도 개발된 단계다.
소프트웨어의 취급이 쉬워지면 그만큼 컴퓨터의 보급은 늘지만 범죄가 손쉬워지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미국의「인텔」사 등은 요즘에 다시 아주 복잡한 소프트웨어의 제품을 내고 있다.
국방성의 군사 비밀, 은행의 금전관리에 쓰기 위한 것으로 「인텔」사가 만들어 놓은 특수 프로그램을 통하지 않고는 누구도 입력과 출력이 불가능하도록 돼있다.
소위 누구나 열 수 있었던 자물쇠를 복잡한 열쇠가 아니면 열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그밖에도 컴퓨터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편리성을 강조하는 것도 범죄의 요인이 되고있다.
컴퓨터에 입력·출력시킬 때도 이것이 체크되는 장치를 만들게 되면 불편은 생기더라도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최정민기자>